정비업계, 주거이전비 지급시기 결정할 대법원 입에 ‘주목’

서울의 한 재개발 사업장. 해당 기사 사업장과는 관계 없음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의 한 재개발 사업장. 해당 기사 사업장과는 관계 없음 / 사진=시사저널E DB

 

동일한 재개발조합이 청구한 동일한 유형의 부동산 인도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이 최근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의 지급에 대해 다른 판결을 선고했다. 향후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인지 정비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 부평구 청천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16년 7월 부평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이후 인천광역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재결한 공탁금을 공탁했다. 그런데 공탁 이후에도 사업구역 내에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A씨와 B씨 등이 해당 부동산 권리를 넘기지 않자 조합은 이들을 상대로 부동산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조합의 청구에 대해 조합원 A씨와 B씨는 “우리는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을 아직 조합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했고, 부동산 인도의무보다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의무가 먼저 이행되거나 양 의무가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며 부동산 인도를 거절했다.

위 사건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먼저 A씨에 대한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제8민사부(재판장 설범식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4일 ‘주거이전비 등은 세입자의 조기이주를 장려해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정책적인 목적과, 주거이전으로 인해 특별한 어려움을 겪게 될 세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지급되는 금원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주거이전비 지급의무와 부동산 인도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A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조합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반면 B씨에 대한 사건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36민사부(재판장 황병하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주거이전비 등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관련 규정에서 해당하는 손실보상에 해당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사용·수익이 정지되기에 앞서 이들 보상적 조치가 완료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조합의 주거이전비 등 지급의무는 B씨의 건물 인도 의무보다 앞서 이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앞선 재판부와 달리 조합원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조합 측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판결이 지방법원 아닌 고등법원에서 선고된 것은 최초로 보고 있다. 결국 위 각각의 판결에 대해 A씨와 조합은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제36민사부 판결과 관련해 한 재개발조합 측 관계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부동산 미인도에 따른 사업지연으로 인해 재개발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비용에 비하면 주거이전비 등은 적은 금액이다. 재개발조합은 실제 점유자가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빠른 이주와 사업시행을 위해 신속히 이를 지급하고 있다. 법에 따라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해야 하므로 재개발조합이 그 지급을 지연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점유자 등이 조합의 금융비용 증가부담을 악용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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