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알선한 고객이 청약→당첨→계약 진행시, 시행업자 측이 부동산에 소개비 제공
소개비 챙길 목적으로 비공식 홈페이지 개설, 예비청약자 개인정보 취득하는 곳 증가
소개비는 건당 100만~300만 원 수준···예비청약자, 개인정보 기재 신중해야

일부 공인중개업소들이 전국 분양사업장 곳곳을 누비며 취득한 개인정보로 소개비를 노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일부 공인중개업소들이 전국 분양사업장 곳곳을 누비며 취득한 개인정보로 소개비를 노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30대 직장인 A씨는 경기도 광주시 태전지구에 지어질 한 아파트 청약 과정에서 매우 불쾌한 일을 겪었다. 청약 수개월 전 정보 수집을 위해 온라인 검색을 생활화 하다가 검색 후 가장 상단에 올라와있는 공식사이트 형태를 취하고 있는 사이트를 클릭했더니 이름, 휴대폰번호, 개인정보수집 및 이용 동의에 체크하도록 돼있어 무의식중에 기재한 게 발단이 됐다. A씨는 이후 진행된 해당 청약에 당첨이 됐는데, 함께 청약을 넣고 당첨된 지인은 부동산을 통해 50만 원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동산이 청약자를 소개해 준 소개비 100만 원의 절반을 나눠줘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시공사에 전화해 같은 당첨자인데 왜 자신을 차별하냐고 따져 물었는데 시공사로부터 본인 소개 명목으로 T부동산에 이미 소개비를 지급했다는 예상외의 답변을 들었다. 알아보니 T부동산은 자신이 개인정보를 기재했던 홈페이지를 만든 공인중개업소였다. 일면식도 없는 T부동산이 A씨의 개인정보를 시공사에 건네 자신이 소개한 것이라고 속이고 소개비 100만 원을 챙긴 것이다.

 

청약 열기가 식으면서 시공사가 공인중개업소에 지불하는 고객 소개 소개비(members get members marketing, 이하 MGM) 마케팅이 시장에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공인중개업소가 본인과 실제 거래를 한 고객들 상대로 소개비를 챙겼다면, 최근에는 주택시장 위축세로 먹고 살기 팍팍해진 일부 중개업소가 고객 개인정보를 교묘하게 알아내고 이를 통해 챙기는 수법이 늘어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GM은 분양시장이 침체됐을 때 건설업계가 주로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미분양이 우려되는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앞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장 인근 부동산을 우군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MGM 마케팅을 도입했다. 중개업소의 말 한마디로 인해 고객이 1차적으로 설득이 된 상태에서 견본주택 방문을 할 경우, 계약까지 이어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사업장 일대가 아닌 타 지역에서도 중개업소가 떳다방 형식으로 출장을 나와 영업하며 청약을 부추기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소개비를 챙기기 위해 해당사업장 견본주택 개관 전 온라인상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두고 정보를 얻고자 홈페이지를 찾은 이들에게 정보알림 등을 이유로 개인정보를 얻어낸다.

이 같이 MGM 마케팅을 악용한 공인중개업소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기본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자신이 지불해야 할 총 분양가에 포함돼 지불비용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 돼 안내메일 등 마케팅에 계속 활용되기 때문이다. A씨는 “내 청약을 통해 특별히 정보알선 등 수고도 하지 않고 돈을 챙긴데다가, 개인정보까지 팔아넘겼는지 분양대행사에서 종종 문자가 온다. 내가 지불할 분양가를 부동산이 불로소득으로 챙기고 개인정보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시장 전반 교란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업성 등에 대해 지나치게 좋은 부분만 부각시켜 소개하면서 청약 경쟁률을 높이는 경우가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MGM 챙기기에 혈안이 돼 청약을 부추기는 공인중개업소에 일차적 문제가 있지만 소비자도 보다 현명하게 청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사업장 일대에서 영업을 하는 공인중개업소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떳다방 식으로 사업장 곳곳마다 돌며 MGM을 챙기는 일부 떳다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차적으로는 개인정보를 캐내고 악용하는데다 소개비를 챙기기 위해 청약을 유도하는 업자가 잘못됐지만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는 만큼 소비자도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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