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에서 측정한 기온은 비공식 기온”☞거짓
‘극값 통계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못 인식

시나브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다. 아무 검증 없이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불특정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포털·SNS 등이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 알고리즘의 부작용 ‘필터버블(Filter Bubble,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편식하게 되는 현상)’로 인해 ‘진짜뉴스’가 ‘가짜뉴스’로 치부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시사저널e는 ‘가짜뉴스’로 인해 생기는 혼란을 줄이고, 뉴스 수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개선을 위해 ‘팩트탐정소’를 고정코너로 운영한다.

 

‘부산에서 이삿짐센터 종업원으로 일하던 4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폭염 속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 폭염 당시 언론 보도 모음.

날씨는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국민 건강을 비롯, 경제·산업 등 국가 전반적인 분야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심각한 무더위나 한파가 닥치면 국가적 재난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확하고 믿을만한 날씨 정보를 원하며 기상 당국도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상관측장비를 활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육상 기상관측장비는 종관기상관측장비(ASOS)와 자동기상관측장비라고도 불리는 방재기상관측장비(AWS)가 있다.

지난해 폭염이 기승을 부렸을 때 일부 언론사에선 AWS에서 측정한 자료를 ‘비공식 기온’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서는 ‘AWS 관측 자료는 공식 자료가 아니라 부정확하다’는 식의 주장으로 AWS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과연 AWS 관측 자료는 비공식 자료라 신뢰도가 떨어지는지 시사저널e 팩트탐정소가 살펴봤다.

AWS 측정 기온을 비공식 기온이라고 보도한 기사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AWS 측정 기온을 비공식 기온이라고 보도한 기사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초창기 우리나라 기상 관측은 사람이 하나하나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상관측소나 기상대, 지방 기상청 등에서 사람이 직접 관측했는데, 기술의 발달로 이들 장소에 자동화된 장비 ASOS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ASOS가 설치된 곳은 점차 늘어났고 현재는 전국 96개소에 분포돼있다. ASOS는 자동화된 장비지만 관리자가 상주해 기상요소를 관측한다. ASOS는 기온과 지면온도, 초상온도, 지중온도, 풍향, 풍속, 기압, 습도, 강수유무, 무게식 강수량(0.1㎜), 일사, 일조, 시정·현천, 운고, 적설 등 16가지 기상요소를 관측한다. ASOS 관측 자료는 국제적으로 교환하는 전문작성이나 기상통계표 작성, 기후통계 등에 활용된다.

AWS는 ASOS가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영에 대한 관측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1988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집중호우 등 국지적 위험기상 감시를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다. 그래서 AWS에는 ASOS에는 없는 강수량계가 있다. 강수유무와 풍향, 풍속, 기압, 습도, 강수량(0.5㎜), 시정·현천, 적설 등 10가지 기상요소를 측정한다. 국유지나 사유지, 관공서, 학교 등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나 기상관측소가 없는 지역에 설치됐다. 전국에 500개 정도 있으며 관리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AWS 측정 기온은 비공식 기온이라 신뢰도가 떨어진다”?

AWS 관측자료는 ASOS와 동일하게 관측, 예보, 특보 등 기상업무에 활용되며 기상청 홈페이지에도 공개되는 공식 자료이다. 즉, AWS로 측정한 기온도 공식 기온이다. 기상청도 지상기상관측지침을 근거로 AWS 관측자료도 공식 자료라고 확인했다. AWS는 기상요소를 측정하는 센서의 설치나 유지관리 기준이 ASOS와 동일하다. 따라서 AWS 관측자료가 ASOS 관측자료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폭염이 기승을 부렸을 때 AWS 비공식 기온 40.8도 이런 기사들이 나왔는데 비공식이란 건 빼도 관계없다”고 말했다.

다만 AWS 자료는 최고기온이나 최저기온 같은 극값으로 통계에는 활용되지 않는다. 기존 대푯값으로 여겨졌던 ASOS 자료와 측정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상청 서울관측소를 보면 바람이 잘 통하고 잔디가 깔린 지면 10㎡ 공간에서 기온이 측정된다. 하지만 서울 곳곳의 AWS 장비는 건물 옥상에 설치됐다. 콘크리트 건물 옥상에서 측정한 기온과 통풍이 잘되는 지표면 잔디에서 측정한 기온을 동일하다고 보긴 어렵다.

기상청도 AWS 지점 중 옥상, 항만, 무인도 등 ASOS 측정 환경과 차이가 커 대표성이 매우 낮은 지역에 설치된 지점에 ‘*’를 붙여 통계에 활용하지 말도록 안내하고 있다.

AWS는 운용된 지 30여년 정도 됐는데 최고 100년 이상 운용된 ASOS에 비해 운용기간이 짧다. 이 점도 AWS 자료가 아직 통계로 사용되기 이르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그렇다면 왜 일부 언론들은 AWS 측정 기온을 ‘비공식 기온’이라 표현했을까. 기상청 관계자는 “공식 자료이지만 통계에 활용되지 못하는 점 때문에 그 같은 표현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청도 국민들이 ASOS와 AWS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용어 선정을 고민하고 있다. 적절하게 쓰일 수 있는 표현을 찾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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