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충돌은 없지만 대치상황 지속···민주당-한국당, 의원 고발 두고 ‘설전’
바른미래, 공수처법 별도발의 제안···민주당, 의총 열어 병합 협상 논의
민주평화 “패스트트랙 취지에 맞지 않아”···“여야 4당 합의 깨는 것”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을 연계한 패스트트랙 문제를 두고 ‘막장’을 연출하고 있는 국회는 29일 물리적 충돌은 없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다만 여야는 지난 국회에서의 충돌 과정에서 폭력 등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고발 문제를 두고 설전을 이어가는 등 대치상황은 지속하고 있다.
또한 공수처법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별도의 공수처법을 발의해 패스트트랙에 상정하자는 제안을 두고도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막장국회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9명의 한국당 의원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회의방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 무단 점거 등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6일 한국당 의원 18명을 우선적으로 고발한 바 있다.
민주당이 고발한 근거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165조, 166조)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폭력행위 등 국회 회의를 방해할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단체로 위력을 보이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에서는 국회 회의를 방해해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5년,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를 받은 경우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돼있다.
특히 민주당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면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냐”며 “이런 자들한테 이 나라의 국회와 장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저는 이 사람들(한국당)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고문을 당하고 감옥살이를 하면서 지켜온 것은 이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서 싸운 것”이라며 “채증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동영상으로 채증을 하겠다.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의총에 앞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그는 “제가 직접 휴대폰 카메라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의 사진을 30장 정도 찍어 놓았다. 제 이름으로 고발조치를 하겠다”며 “그 사람들에게도 ‘나는 더 이상 정치를 안 할 사람이니 내 이름으로 고발조치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불법과 폭력에는 결코 관용이 없을 것”이라며 “국회를 무법천지 만들려는 세력과 타협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고발에 한국당은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이 정권의 겁박과 위협에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 탄압이 심하면 저항이 강해질 것”이라며 “만약 문재인 정권이 강제로 우리를 끌어내리려고 한다면 저부터 먼저 끌어 내려오고, 폭력으로 짓밟으려 한다면 저부터 먼저 짓밟히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제대로 대화도 하지 않고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정치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저는 고소고발장이 들어오면 수사했던 법조인 출신으로, 당력을 기울여 끝까지 고소·고발당한 분을 지켜내겠다고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국회 선진화법과 관련해서도 그는 앞선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됐다고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밀어붙이고 국회 선진화법을 야당 겁박용 도구로 남용하고 있다”며 “선진화법은 다수의 힘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하자는 게 입법 취지로서 여당 마음대로 국회를 운영하는 데 함부로 쓰라고 만든 법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법 별도발의 두고도 대치…與 “병합심사 검토” vs 한국당 “꼼수‧편법”
여야의 ‘강대강’ 대치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수처법 별도발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공수처법과 관련해 당내 입장이 정리되지 않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에 별도의 공수처법을 발의해 2개의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하면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합의 이외의 내용을 담아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법안을 별도로 발의하겠다”며 “이 법과 이미 제출돼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된 법안까지 2개 법안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동시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2개의 공수처법을 동시에 지정하고, 사개특위에서 최종 단일안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이 안을 오늘 민주당에 최종 제안하고, 제안이 수용된다면 이후 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개의해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의총을 열고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안을 수용해 2개의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법안이 발의됐고, 그 안이 우리 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기소심의위원회를 추가하는 것인데 그 정도는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바른미래당의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오늘 중 패스트트랙 지정을 처리하기로 결론내렸다”고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이어 그는“지금 단계에서 두개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바른미래당은 오늘 아침 제안한 권은희 의원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받지 않으면 (처리가) 어렵다고 했고, 최고위는 이 제안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른미래당을 달래려고 이번에는 또 패스트트랙에 두 개의 안을 같이 올린다는 것인데 법상으로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스운 일”이라며 “꼼수와 편법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제도로서만 존재하고 그 조직의 사람은 그때그때 바뀌는 쪽으로 해야 독립성이 유지된다”며 “인사권을 대통령이 갖지 않아도 상시로 있는 조직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상설특검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보완이 필요하면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법 별도 발의에 대해서는 민주평화당에서도 지적됐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법 별도 발의는) 4당 합의를 깨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은) 전체 의원의 다수인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지만, 특정 교섭단체가 반대해 안건 상정이 불가할 경우 일정 기간 숙려기간을 갖고 해당 법안을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라며 “동일 사안에 관해 내용이 다른 복수의 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될 경우 5분의 3이 넘는 의원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법안에 대해 동시에 찬성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숙려기간이 지난 후 법안 표결 시 어떠한 법안을 표결하고 우선해야 하는지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각 당의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어렵게 합의한 안을 깨고 단지 패스트트랙 성사만을 위해 동일 사안에 관해 내용이 다른 두 법안의 동시 상정이라는 억지 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부득이 필요하다면 합의 정신에 맞춰 4당 원내대표들의 재논의를 거쳐 두 법안의 절충점을 찾아 하나의 안으로 발의하는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