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세분화 돼 단체 필요성 늘어·인프라 개선 한 목소리···일각에선 ‘유령단체 주의해야’ 지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스타트업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모빌리티, 핀테크, 관광 등 다양한 스타트업 단체들이 출범하는 가운데, 법률, 투자, 컨설팅 등 전문 스타트업 지원단체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스타트업 수가 늘어나며 세분화된 단체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게 이유다

스타트업과 협력기관 등 800여개 기업이 가입돼있는 사단법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대표적인 스타트업 단체다. 2016년 9월 출범한 코스포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정책 지원 규제 개선, 특허‧법률 자문,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의장으로 있어 큰 주목을 받았다.

코스포를 시작으로 산업 및 지역 협의회도 생겨나고 있다. 코스포 산하에는 O2O산업협의회, 모빌리티산업협의회,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산업협의회가 있다. 각각 배달의민족, 배달플랫폼 메쉬코리아, 부동산앱 직방이 의장사로 있다. 숙박앱, 여행앱 들이 모인 관광스타트업협회도 있다.

O2O와 모빌리티, 프롭테크는 단기간에 크게 성장한 산업인만큼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는 승차공유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각 산업협의회는 관련 스타트업들이 모여 규제나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전문 지원을 위한 협회가 따로 생기기도 한다. 스타트업들이 모인 단체가 아닌 변호사, 변리사, 홍보매니저, 경영전문가 등이 모이는 민간 지원 단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수출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중소벤처무역협회(KOSTA)와 오는 1일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법포럼이 대표적이다. 중소벤처기업법포럼은 변호사 80명이 법률지원을 도와주는 단체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수가 크게 늘어나며 각 산업이 세분화돼 단체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이후 스타트업 정책과 투자가 많아져 업계에 뛰어드는 전문가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고 있다.

한 스타트업단체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면서 정부와 대기업, 투자사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스타트업 양적 성장이 됐으니 질적 성장을 위하 스타트업 스스로 단체를 발족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은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나 규제 해결에서 혼자 나서기 힘들다. 그러나 스타트업 단체로 모이면 덩치가 커지기 때문에 쉽게 업계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게 된다”며 “최근 관련 간담회나 행사에서도 스타트업 단체들이 참석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이나 개선점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단체들이 2~3년 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유령단체, 친목단체로 전락하는 곳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은퇴한 단체장이나 임원들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단체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타트업 단체에 가입돼있다는 한 O2O스타트업 대표는 “규모가 매우 큰 단체를 제외하고는 많은 단체들이 출범 1년 정도만 활발하게 활동한다. 스타트업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협회를 출범해놓고 자금 등을 문제로 유령 단체가 되는 경우도 봤다”며 “결국 스타트업 단체가 만들어졌지만 (산업의) 생태계 개선보다는 친목에초점을 맞춘 단체들도 있었다. 스타트업들이 단체 가입에 있어서 취사선택을 잘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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