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5G 핵심 콘텐츠로 게임 점찍어
초고속·초저지연 활용한 스트리밍 게임도 눈독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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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최초로 5세대(5G) 네트워크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 당장 5G로 즐길만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동통신사들은 5G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VR)게임, 스트리밍 게임 등 게임 관련 콘텐츠들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게임사 반응은 시큰둥하다. 앞으로 상, 하편으로 나눠 통신사와 게임사의 서로 다른 입장을 살펴본다.[편집자주]

5G 단말기 구매를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은 ‘5G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다. 서비스를 하는 이동통신사 역시 고민은 마찬가지다. LTE보다 더 빠른 5G로 사용자들이 차별점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이통사는 우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에 주목했다. 특히 게임은 VR과 AR 콘텐츠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높여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로 평가받았다.

◇통신사는 VR‧AR 열풍

VR과 AR은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야 하는 콘텐츠다. 실시간으로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LTE로는 다운받기도 실행하기도 버거웠다는 지적이다. 5G는 초고속, 초저지연을 활용해서 대용량 VR, AR 콘텐츠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이통사는 VR, AR 게임 콘텐츠를 5G 시대 킬러콘텐츠로 점찍었다.

SK텔레콤은 향후 ‘매직리프’와 협업을 통해 향후 5G AR 생태계를 통해 가입자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 24일 개막한 ‘월드 IT 쇼 2019’에 게임 존을 마련해 최신 AR 글래스를 활용해 몰입감을 더한 증강현실 서비스, 온몸이 공중에서 움직이는 가상현실 체험 등을 선보였다.

KT도 AR을 활용한 게임을 새롭게 선보였다. 아이언맨과 캡틴 마블 등 영화 ‘어벤져스’ 등장인물 카드를 수집하는 증강현실(AR) 게임 ‘캐치히어로즈’를 출시했다. ‘포켓몬GO’ 같은 AR게임 형식으로 이용자가 카드를 획득하면 히어로카드가 카드북에 저장된다. 총 140종 히어로카드를 모아 카드북을 완성하면 자동으로 ‘미션 완료 이벤트 응모권’이 부여된다. 카드 중 희귀한 카드는 KT 5G 커버리지 지역에서만 나타나게 해 5G 특성을 담았다.

KT는 캐치히어로즈 다운로드 건수가 지난 25일 기준 12만건(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 합산)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하면서 이용자가 더 늘어나는 추세다.

또 KT는 초경량 고성능 VR단말과 전용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개인형 VR서비스 ‘기가 라이브 티비’를 통해서도 게임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도 구글과 손잡고 VR용 K팝 콘텐츠를 발굴하는 등 이 분야에 집중한다. 연예인과의 데이트나 스포츠 게임도 VR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 전문가들 “킬러앱으로 자리잡기까지 넘어야 할 산 많다”

전문가들은 5G 시대 VR과 AR이 킬러콘텐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현 시점에서 회의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5G는 킬러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이 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LTE 이용자도 속도면에서 불편을 못 느끼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대용량의 풍부한 정보를 보내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해서 AR, VR, 홀로그램 등을 이통사에서 선보이고 있다”며 “문제는 AR, VR, 혼합현실(MR)은 전문 에디터가 만들 수 있고 제작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만들기 어려운 형태라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아주 제한적으로 특정한 영역에서만 VR, AR이 활용될 것”이라며 킬러콘텐츠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윤식 경기콘텐츠진흥원 클러스터운영본부장은 “5G가 VR과 AR 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겠지만 아직 5G 망구축이 촘촘히 되지 않아 안정화되려면 1년 정도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VR과 AR은 망 속도가 빨라지면 콘텐츠 질이 올라가고, 무거운 콘텐츠도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일반 소비자 콘텐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은 5G가 원활하게 서비스되고 있지 않아 소비자 대상의 VR, AR보다는 기업 간 거래 위주로 서비스가 진행되는 분위기라고 최 본부장은 설명했다. VR‧AR이 넘어야 할 과제로 그는 기기 구매, 콘텐츠 양, 콘텐츠 질을 꼽았다.

그는 “아무래도 이용자가 즐기기에는 아직 콘텐츠가 많지 않고 질도 높지 않다. VR 디바이스를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도 허들로 작용한다”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견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부연했다.

◇클라우드‧스트리밍 게임 열전

이같은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스트리밍 게임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에픽 게임즈’의 인기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 모바일’에도 5G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과 연결된 클라우드에서 게임이 원활하게 구동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도 공개했다.

KT는 러브 레볼루션과 라그나로크 클릭 H5 등을 스트리밍 게임으로 선보였다. LG유플러스도 게임이 5G 핵심 서비스로 보고 지난달 국내 최초로 게임의 핵심인 첨단 컴퓨터 그래픽 분야 글로벌 리더인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단독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포스 나우’ 게임 서버를 국내 데이터 센터에 설치하고, 5G 스마트폰과 IPTV 가입 고객 대상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제휴를 계기로 클라우드 게임을 5G의 핵심 서비스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전무)은 “클라우드 게임은 5G의 저지연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서비스”라며 “LG유플러스의 5G 기술과 엔비디아의 GPU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하여 게임을 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트리밍 게임에 대해서도 정작 게임을 개발해야 할 게임업체들은 회의적이다. 게임업체는 스트리밍의 경우 통신 장애라는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킬러 콘텐츠 얘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개발해야 하는 업계의 우려를 잠재우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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