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부, 주택난 해소 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급
준공 30년 차, 강북 재건축 대장주로 급부상
박원순표 강북 균형개발로 수혜 기대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노원구는 서울에서 준공 30년 차에 접어든 아파트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 규모만 37개 단지, 4만9147가구에 달한다. 이 중 82%(4만224가구)가 상계동 소재 ‘상계주공아파트’에 속해 있다. 노원구를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이자 강북 재건축 대장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업 속도는 아직 더딘 편이지만, 기존 학군과 개발 호재를 무기로 여전히 잠재력이 높은 단지로 꼽힌다.

◇전두환 정부 시절 ‘16개 단지·4만여가구’로 조성···특화 설계로 분양시장서 주목

상계주공아파트는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조성됐다. 당시 전두환 정부는 1980년 12월 도시지역의 시급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를 대량으로 취득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개발 공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택지를 마련한 정부는 개포·고덕(1981년), 목동(1983년), 상계(1985년) 등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공급하는 ‘신시가지 주택사업’을 진행했다.

개발 초기 상계동은 1966년 세운상가 건설로 발생한 철거민들이 거주했던 지역이었다. 정부는 이 지역을 불량주택지역으로 분류해 주택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철거민들의 반발에도 공사는 강행됐고, 그 결과 상계동 일대 145만평 땅에는 16개 단지 4만여가구에 달하는 상계주공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이 단지는 예산이 과천(1만3522세대), 개포(1만5710세대) 등의 2배가 넘을 정도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특히 상계주공아파트는 혁신적인 설계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아파트 중 초고층이던 최고 25층으로 지어졌고 아파트 중간층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중정원’과 거대한 높이에서 분수가 나오는 ‘수조타워’도 만들었다. 외형 역시 네모반듯한 건물이 아닌 Y자, U자, V자 등 지형에 맞게 건물을 배치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 중 견본주택을 처음 연 곳도 상계주공아파트다. 당시 보기 힘든 TV광고까지 진행하며 분양은 흥행을 거뒀다.

◇5·8단지 사업 속도 가장 빨라···“‘기존 학군·개발 호재’로 잠재력 높아”

상계주공아파트는 현재 16개 단지 모두가 준공 30년차를 넘어 재건축 연한을 충족했다. 재건축 사업의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단지는 8단지다. 관리처분인가를 마친 8단지는 철거를 마치고 착공을 준비 중이다. 2020년 12월 ‘노원꿈에그린’(1062세대·한화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이 단지가 빠른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조립식 주택공법’으로 지어져 안전진단 통과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미 만들어진 벽체를 아파트 현장으로 운반해서 조립하는 이 공법은 구조안정성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90년대 지어진 수도권 일부 단지가 해당 공법으로 지어졌다.

다음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단지는 5단지다. 이 단지는 지난해 8단지를 제외한 15개 단지 중 유일하게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강화된 정밀안전진단을 피한 단지로 알려지면서 강북 재건축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신탁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탁사는 한국자산신탁이 선정됐다. 특히 5단지는 840가구 규모로 일대에서 가장 가구수가 작고 5층 높이로 희귀한 저층 단지다. 용적률이 90% 안팎에 불과해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머지 14개 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정밀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데다 일부 단지들은 높은 용적률 탓에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 사업 추진을 주저하고 있어서다. 다만 부동산 관계자들은 현재 계획된 상계동 일대 개발이 이뤄지고 5·8단지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나머지 단지들도 자극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노원구는 박원순 시장발 강북 균형발전 개발사업과 도시철도 6호선 연장사업, GTX C 노선 사업 등 많은 개발호재를 품고 있다. 아울러 노원구 숙원사업인 광운대역세권 개발 사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 코레일 물류기지 부지·민자역사에 총 24만여㎡ 규모로 주거·업무·상업용 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또 창동역차량기지와 주변을 개발하는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만 석 규모의 복합문화시설, 연구개발(R&D) 특화단지 등을 건립하는 계획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노원은 대치동, 목동과 함께 3대 학군으로 불려왔지만 서울 도심 접근성이 떨어지고, 노후화된 주택들이 많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서울시의 강북 균형발전 사업과 교통 호재도 하나둘 진행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는 정부의 규제로 잠시 주춤하나 모습이지만 가격적인 면에서 아직 저평가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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