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 아르바이트 지원 증가 추세···대부분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일해
최저임금 오르면서 좋은 일자리 감소···저임금·초단기간 아르바이트생 늘어
전문가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 위한 제도 마련 필요”

최근 2년 사이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 여파로 10대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2년 사이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 여파로 10대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최근 2년 사이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10대 아르바이트생들이 ‘저급 인력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10대 취업자들의 질 좋은 일자리는 줄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거나 초과근무, 임금체불 등 부당처우를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을 위한 구제 제도가 없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10대 알바’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청소년 지원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2013~2017년(1월~10월까지) 아르바이트 채용공고 입사지원자 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지원자 중 10대 청소년 비중은 2013년 1.5%, 2014년 1.5%, 2015년 1.9%, 2016년 2.2%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69만 여건을 기록하며 2.6%를 차지했다.

10대 알바가 일반화되고 있지만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 알바천국 등이 10대 알바 부당처우 각종 사례를 모아본 결과, 전체 중·고등학생 100명 중 16명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최근 3년간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3000명에 달했다. 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쓰더라도 근무 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청소년 대부분 근로계약서 작성 안해···주휴수당 받은 10대도 극소수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소년은 늘고 있지만, 10대 청소년을 고용하는 구인 시장은 줄고 있다. 청소년 취업자 감소는 각종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만 15~19세 취업자는 1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동월 대비 7만6000명(28.6%)이나 줄어든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15~19세 취업자 수는 지난해 9월 4.1% 증가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포함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며 “청소년 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10대 청소년들의 근로조건이 좋고 안정된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고 있는 배경엔 고용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들은 주로 편의점, 카페 등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곳은 대부분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미만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고용주도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 24일 청소년근로권익센터와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740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실태조사한 결과,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2명 중 1명은 ‘주 15시간 미만 근무’(쪼개기 알바)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53%가 1주일 평균 15시간미만을 일했다.

주휴수당 수령 요건을 갖췄음에도 주휴수당을 받은 청소년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4주간을 평균해 1주 15시간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348명 중 주휴수당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8.2%였다.

10대 청소년 아르바이트 현황 / 자료=알바천국,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10대 청소년 아르바이트 현황 / 자료=알바천국,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가맹점주는 자신의 사업장에 고용하는 근로자와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 만약 최저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경우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해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500만원이하의 벌금을 물게된다.

또 근로기준법상 일주일간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노동자에게는 사업주가 근로일과 같은 하루 치 임금을 지급하게 돼있다.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 임시직, 계약직 등 근로 형태와 관계 없이 일주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10대 청소년들이 대부분 속하는 5인 미만 사업장 역시 적용 대상이다.

서울 여의도 한 편의점주 김아무개씨(44)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10대 학생들이 많은 건 사실이나 잠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르바이트 일에 익숙해지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10대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은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수습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등학생 정아무개씨(19)는 집 근처 개인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정씨는 “수습기간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보장해줄 수 없다고 했고, 근로계약서 작성도 따로 안해서 다들 이렇게 아르바이트 하는 줄 알았다”며 “수습기간이라고 임금을 적게 줘도 워낙 아르바이트 자체를 구하기 힘들어서 주변 친구들도 어쩔 수 없이 임금 삭감된 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 최아무개씨(18)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최씨는 “월급날이 돼도 일주일 후에 급여를 준적도 있고, 10분~20분 초과 근로를 해도 기존 업무시간대로 기록한 적이 많다”며 “크고 작은 불만은 많았는데 차마 사장님께 따로 말씀드린 적은 없다. 요즘 10대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10대 알바생 일자리 질은 더 안좋아”···피해 사전예방 위한 정책 대안 필요 지적 

전문가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청소년은 점차 늘고 있지만, 청소년을 고용하는 구인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며 이른바 기울어진 청소년 노동시장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최저임금 인상이 주휴수당과 맞물려 초단기 일자리가 많아지고 있다”며 “초단기 노동자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여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고소득층의 일자리 질은 더욱 좋아지고 혜택을 못 받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질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진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연소자를 규정하고 있지만 청소년이 피해를 입는 경우 구제하는 데 초점을 둔 정책 뿐, 10대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한 법은 따로 없다”며 “초단기, 저임금 노동에 편중된 청소년 아르바이트 시장을 사회적 참여가 가능하고 사업적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청소년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청소년들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노동시장의 고용주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며 “청소년은 물론 고용주에 대한 노동기본권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이는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2000원 가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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