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등 민간 시장 OCIO 열리면 규모 확대
트랙레코드 중요해 공공기관 OCIO 입찰 경쟁 치열
전담부터 신설에 세분화까지 경쟁력 강화 나서

국내 증권사들이 외부위탁운용관리(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OCIO)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는 연간 100조원 규모의 공공자금으로만 구성된 시장이지만 향후 ‘기금형 퇴직연금’, ‘기업 잉여자금 운용’ 등으로 1000조원대 민간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OCIO 조직을 새롭게 설치하거나 세분화에 나서면서 시장 확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호텔과 레저사업을 하는 강원랜드는 이날까지 위탁운용기관 접수를 받는다. 일임계약 자산총액 2000억원 이상 증권사, 수탁총액(펀드+투자일임) 5000억원 이상 자산운용사가 대상이며 총 2개사를 선정해 각각 700억원을 위탁한다. 규모면에서는 작은 수준이지만 한정된 OCIO 기회에다 트랙레코드(실적)를 쌓기 적합해 다수의 증권사들이 경쟁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OCIO는 금융사에 자금을 맡겨 전략적 자산 배분, 목표 수익률 설정, 자금 집행, 위험관리까지 위탁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연기금이나 공공 기관이 주로 OCIO를 활용하는데, 이들이 수십조원의 자금을 직접 운용하기에는 전문 운용 인력이 부족해 비효율적이다. 대신 전문 운용 인력과 인프라, 경험을 갖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이를 맡겨 자금을 굴리는 식이다.

이같은 OCIO 시장을 차지하려는 증권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증권사 대표가 직접나서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서는 경우도 존재한다. 특히 지난 3월 총 28조원이 걸린 고용노동부 기금(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운용사 선정작업 과정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대표 등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각사가 공을 많이 들인 입찰이었다. 결과는 기존 위탁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이 선정됐다.   

OCIO를 두고 증권사간 뺏고 빼앗기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18조원 규모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주간운용사 입찰에서 NH투자증권은 기존 운용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을 밀어내고 새롭게 OCIO로 선정됐다. 공개 입찰이긴 하지만 기존 운용사가 경험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변의 결과였다. 

증권사간 경쟁은 향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OCIO 시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특히 수백조원대 민간 OCIO 시장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기금형 퇴직연금이 국내 증권사들에 큰 시장이 될 전망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노·사·외부 전문가가 만든 기금운용 위원회가 해당 기업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관리하면서 금융투자사들에 자금 운용을 맡기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사 입장에선 고용보험기금이나 주택도시기금과 같이 기금 운용 대상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밖에 민간 기업들의 잉여 현금 위탁 운용 수요, 대학들의 발전기금 등도 민간 OCIO 시장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분류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법제화되고 민간에서 외부 위탁 운용 수요가 높아지게 되면 OCIO 시장 규모는 최대 10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이러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선 결국 금융투자사의 운용 역량이 높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현재 주류 시장인 공공기관의 OCIO에서 성과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다퉈 OCIO 전담 조직을 새롭게 만들거나 확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 OCIO 사업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는 KB증권은 지난해 말 금융상품영업본부 산하에 OCIO전략팀을 신설했다. 신한금융투자도 OCIO를 새로운 먹거리로 정하고 올해 초 OCIO사업팀을 신설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기관영업본부 산하에 OCIO 솔루션센터를 설치한 바 있다. OCIO 시장의 강자인 한국투자증권은 OCIO운용부와 OCIO컨설팅부를 운용하고 있고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 민간 부문의 OCIO를 전담할 전략마케팅본부를 만들어 출범시켰다. 

OCIO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트랙레코드를 쌓으려는 금융투자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OCIO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트랙레코드를 쌓으려는 금융투자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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