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임대의무비율 확대···조합들 수익성 악화우려
“정비사업 축소되면 공급물량 부족 초래···가장 큰 타격은 서울”
서울시, 단독 재건축 세입자 보상 마련···업계 “큰 실효성 없어”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수위를 한 층 더 높이면서 정비사업장 전체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지속되면 정비사업장이 축소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수위를 한층 더 높이면서 정비사업장 전체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임대의무비율 확대, 세입자 보상금 등 사업장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새로운 변수들이 생기면서 조합과 건설사들이 사업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부담을 느낀 조합원들이 정비사업장을 철회하거나 지연되는 일이 발생해 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대의무비율 확대, 조합들 수익성 악화우려···“사업장 축소로, 서울 공급물량 부족 시달릴 것”

2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 일대 재개발 사업장에 임대주택을 짓는 비율인 ‘임대의무비율’을 기존보다 5%p 올리기로 했다. 각 지자체는 최대 10%p까지 올릴 수 있다. 현재 10~15%의 임대주택의무비율이 적용되는 서울의 경우 최대 30%까지 늘어난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인 상당수의 재개발구역이 이 규정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식에 재개발 사업장과 건설업계는 술렁이는 모습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임대주택의무비율이 증가하게 되면 일반분양분이 줄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의 한 재개발 사업장 조합원은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합들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더 큰 문제는 사업 진행에 대한 전략을 다시 짜야하니 사업기간이 길어진다는 점이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들도 임대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재개발 사업장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급물량이 적은 서울이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금도 조합들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의무비율까지 높아버리면 사업장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며 “관련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서둘러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발생 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이 줄어 집값이 안정화될지도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 세입자 보상금 마련···기준 없어 주민 간 갈등 여전할 듯

서울시도 재건축과 관련한 새로운 대책을 내놨다. 시는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도 재개발처럼 세입자 보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단독주택 재건축은 기반시설이 열악해 재개발과 큰 차이가 없지만 세입자 손실보장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반면 재개발 사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세입자 보상대책과 입대주택 공급 방안 등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 보상 등 지원책을 처음으로 가동한 셈이다.

해당 대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재건축 사업시행자는 철거세입자에게 재개발에 준하는 손실보상(주거이전비·동산이전비·영업손실보상비)을 해야 한다. 이때 시는 손실보상에 상응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최대 10%까지 부여해 사업시행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적용 대상은 현재 사업 추진 중인 66개 구역 가운데 착공 이전 단계에 있는 49개 구역이다.

문제는 사업시행자인 조합들이 관련 법안을 수용하냐는 것이다. 조합은 보상비가 커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시가 용적률 추가 인센티브에 준하는 보상비를 주도록 명시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주민 간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보상액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조율과정에서 조합과 세입자의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만큼 세입자들이 원하는 보상 기준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서울시가 ‘용적률을 올려줄테니 세입자들에게 보상비를 많이 줘라’라고 사업시행자에 일방적으로 공표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시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업장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정부 개입, 주민 갈등만 키울 수 있어”

이외에도 정부는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해진 정비사업장을 해제하는 ‘정비구역 일몰제’를 내년 시행할 예정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부칙’에 따르면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계획이 수립된 정비구역은 추진위원회 승인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 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23곳, 재개발구역 15곳 등 총 38개 일몰제 대상이다.

정부의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알아서 하도록 냅둬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다”며 “관련 정책들이 시행되면 또 조합들은 급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고 갈등이 촉발될 수 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논란의 불씨를 키우지 않으려면 주민이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파악해 처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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