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초월 덕질 사회에 살게 된 우리

일전 칼럼에 소개했던 스캄(SKAM) 프랑스 시즌3가 성공리에 끝났다. 노르웨이에서부터 시작해 실시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던 드라마가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등을 거쳐 프랑스에서도 수입돼 방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콘텐츠 ‘수입’이나 ‘수출’이란 말은 무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오리지널 콘텐츠인 스캄 노르웨이를 경험한 각국의 드라마 팬들이 프랑스 스캄을 좀 더 빠르게 수용할 수 있었고 팬들 중 일부는 실시간으로 각국의 자막을 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캄 프랑스에 캐스팅됐던 배우들은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각국의 팬들과 즉각적으로 소통했다. 인스타 라이브 채팅창에서 한글로 응원하는 국내 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배우 중 하나가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인증했을 때, 그 선물에 한글이 적혀 있기도 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하나의 콘텐츠가 단순히 그 나라에서만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시공간 초월 덕질 가능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스타들의 정보를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서비스 덕분이다. 모바일 GPS기능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활용은 팬들로 하여금 연예인 사생활을 일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스캄 프랑스의 유통은 이전에 비해 근소한 시간차를 두고 국내 외국어 능력자들이 자막을 제작함으로써 거의 실시간, 초국가적 동시방영이 가능했고 이를 수용한 국내 팬덤은 점차 그 화력을 높여갈 수 있었다. 이제 팬들의 덕질에 영토나 언어적 장벽이 큰 문제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실제로 네이버 V라이브는 한국 아이돌들 실시간 방송을 각 나라별 자막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이나 웨이보,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들은 (아직 여전히 어색하지만) 의미전달이 가능한 번역을 제공한다. 심지어 셀러브리티들은 자신의 공식적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로 해쉬태그를 걸거나 짧은 코멘트를 남기기도 한다. 

이는 처음부터 국내 팬덤만을 타겟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제 몸은 한국에 있지만 덕질은 상하이, 뉴욕, 오슬로, 파리를 오갈 수 있는 '내가 지금 여기 어디에 존재하는가'가 물리적으로 핵심적이지 않은 그야말로 ‘시공간 초월 덕질의 사회’에 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팬들에게만 놀라움의 감정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이는 스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국적 불문의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우 이시언이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일본 팬미팅을 진행하면서 자신은 ‘국내에서도 팬미팅’을 개최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화장품 모델이 된 중국배우 ‘등륜’은 국내 활동을 한 번도 한 적 없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내한했을 때 한국의 팬들은 그의 출국을 보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실시간 콘텐츠 유통과 덕질 수행이 가능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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