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충돌···한국당, 25일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실 막으며 회의 개최 불발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 충돌···이해찬 “국회 상상할 수 없는 폭력, 한국당에 의해 발생”
나경원 “과정 하나하나가 불법”···저항 이어갈 것이라 예고도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에 '도구'를 사용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26일 새벽 여야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에 '도구'를 사용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안을 연계한 패스트트랙 처리가 국회에서 격렬한 여야 간 대치 상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지난 25일까지 최종 합의안을 의결하고 패스트트랙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을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발로 시한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새벽 사고를 우려해 한국당과의 대치를 일시 중단하고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의원총회에서 “대한민국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이 한국당에 의해 발생했다”며 “이런 무도한 행위는 1988년부터 의원 생활을 한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 국회 사무실을 점거한 사람들은 국회 사무처 직원들을 감금하고 심지어 기자들까지 감금했다”며 “이런 행위가 2019년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오늘부터 우리 당은 비상사태라고 판단하고 모든 의원과 당직자, 보좌진이 단결해 적폐세력을 청산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관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새로운 법질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국당이 거의 광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상행위라고는 할 수 없는 짓을 용기있는 것처럼 자행하는 것을 보고 확신범이구나 생각했다. 확신범의 종말이 어디인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그들의 과정은 하나하나가 불법이었다”며 “대한민국이 북한이냐.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만 투표할 때까지 계속 의원을 바꿔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회 쿠데타이고, 의회 폭거다. 저희는 그 폭거에 맞설 수밖에 없다”며 “저들은 국회법을 위반했고, 국회 관습법도 위반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불법에 대한 저항은 당연히 인정된다. 우리는 불법을 막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25일 오전부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패스트트랙 의결이 예상되는 회의실 3곳에 각각 의원 30명씩을 배치해 점거했다.

이후 바른미래당이 오신환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사보임하고,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려고 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채 의원 사무실에 머물며 사개특위 회의 참석을 저지했다. 소방관, 경찰 등이 출동하는 ‘우여곡절’ 끝에 채 의원은 오후 3시가 넘어서 사개특위 논의가 있던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6시 15분경에 바른미래당은 권은희 의원도 사보임하고,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사개특위 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6시 45분경 선거제‧공수처 법안을 제출하려 국회 의안과를 찾았지만 한국당과 충돌하며 철수했다.

여야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 20분경 경호권을 발동했다.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은 33년 만이다.

경호권 발동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충돌은 더욱 심화됐다. 정개특위, 사개특위 회의가 소집됐지만 한국당 의원들과의 충돌로 개의되지 못했다. 여야 4당은 밤 10시 40분경 선거법‧공수처 법안을 이메일로 제출했고, 한국당은 국회 의사과의 팩스를 파손하고 점거에 들어갔다.

이후 하루를 넘긴 26일 새벽 2시 40분경 사개특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개의했지만,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하며 정회됐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