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법률자문 로펌 선정 시 ‘외부 평가위원’ 권고···작년과 달리 외부 평가위원 대상 범위 조정 논란
‘전국→서울·경기’, ‘전공 무관→민법·상법’ 제한···외부 전문단체 추천 배제 두고도 의문 제기
“특정 교수·로펌 염두에 뒀을 개연성” 주장까지 나와···강원랜드 “절차상 문제없어”

강원랜드 CI. / 그래픽=강원랜드 홈페이지 갈무리
강원랜드 CI. / 그래픽=강원랜드 홈페이지 갈무리

공공기관 강원랜드가 올해 법률자문 로펌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위원 구성 과정에서 투명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법과대학 교수 등 외부 평가위원 대상 후보군을 작년과 달리 조정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공정성 확보차원으로 받은 외부 전문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채 외부 평가위원을 선정해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평가위원의 인력풀을 조정한 배경을 두고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본보 4월 17일자 <‘채용비리’ 강원랜드, 법률자문 로펌선정 평가위 ‘구색 맞추기’ 논란> 보도 참조

강원랜드는 최근 ‘2019 강원랜드 법률자문 용역’에 입찰한 로펌들의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평가위원 선정절차 작업을 진행했다. 강원랜드는 ‘법률용역 선정 시 외부평가위원을 참여시켜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난 11일 외부단체인 대한법학교수회 측에 공문을 보냈다. 강원랜드는 공문에서 ‘평가위원 수행에 적합한 경력 또는 업무지식을 보유한 법학 관련 교수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원랜드의 협조 요청 공문을 받은 외부단체는 대한법학교수회가 유일했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지난 15일 대한법학교수회가 추천한 명단을 배제하고, 자체적으로 평가위원 후보군을 선정해 외부 평가위원 4명을 최종 선발했다. 외부 평가위원은 법과대학 교수만 있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법학대학(법과대학+로스쿨) 교수로 구성됐다. 선발된 평가위원들은 지난 16일 입찰한 로펌들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고, 이날 평가 결과에 따라 10억원 규모의 법률자문 용역을 수행할 로펌이 확정됐다. 

◇작년과 달리 로스쿨 포함, 평가위원 인력풀은 대폭 축소···“인맥관계 연결 개연성 높아져” 지적

그런데 시사저널e 취재결과, 강원랜드는 평가위원 후보군을 서울과 경기권 4년제 대학교 20곳에 소속된 민법 및 상법 관련 전공을 가진 법학대학 교수들로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법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전공을 특정하지 않았던 작년과 달리 강원랜드 스스로 인력풀을 사실상 축소한 것이다.

강원랜드 측은 평가 장소가 서울인 점을 고려해 서울 경기권으로 지역을 축소했고, 법률 자문과 소송이 대부분 민법 및 상법 관련 내용이기 때문에 관련 전공 교수 위주로 평가위원 후보군을 뽑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원랜드가 외부 평가위원 참여를 강조한 권익위의 권고 취지를 무시한채 예년과 달리 자체적으로 평가위원 후보군을 정한데다, 더욱이 후보군의 풀을 감소시킨것으로 확인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먼저 인력풀이 넓지 않은 법조계에서 지역과 전공까지 제한하게 되면 로펌과의 관계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분야는 다른 사회 분야보다 좁은 곳이다. 평가위원에 선정되거나 로펌의 용역 입찰과정에 연관된 중견 법조인들의 수는 많지 않다”면서 “지연이나 학연, 선후배 동기로 구분하면 인맥관계로 연결돼 있을 개연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강원랜드가 대한법학교수회 추천 명단을 활용했을 경우 서울·경기권이 아닌 전국에 있는 법과대학 교수를 평가위원 명단에 넣을 수 있었다”면서 “지역과 학과를 제한하고 전국에 회원을 두고 있는 대한법학교수회 추천 명단을 배제한 결과, 평가위원 인력풀이 상당히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원랜드는 대한법학교수회에 보내온 공문에서 ‘적합한 경력 또는 업무 지식을 보유한 법학 관련 교수’라며 선정기준을 뒀지만, 자체 선정한 후보군에서는 민법·상법 교수로 한정했다”면서 “특정 교수나 로펌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인력풀을 축소했다는 의심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평가위원에 예년과 달리 로스쿨 교수가 포함된 것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과대학 교수 외에도 로스쿨 교수까지 포함되면서 평가위원 인력풀이 일부 늘어났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관 출신이 많은 로스쿨 교수의 경우 로펌과 인맥관계가 형성돼 있을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에따른 공정성 시비가 붙을 여지도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과대학 교수들은 박사과정 등을 통해 학문적으로 성취를 이뤄 교수가 된 반면, 로스쿨 교수들은 부장판사나 부장검사 등 법조 경력자들이 임용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법과대학 교수보다 로스쿨 교수들이 상대적으로 대형 로펌에 있는 전관들과 강한 인맥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로스쿨 교수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면 법과대학 교수만 참여했을때보다 로펌 선정 과정에 공정성 시비가 붙을 개연성이 높아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해명 오락가락하는 강원랜드···외부 단체에 ‘사과’하고도 “평가위원 선정은 문제 없어”

외부 전문단체의 추천을 갑자기 배제한 이유를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는 강원랜드의 태도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대한법학교수회 측에 후보군 추천을 요청하고도, 평가위원 선정 당일 갑자기 배제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기자의 사실 확인 요청에 강원랜드 측은 ‘대한법학교수회 측의 답신이 늦었다’라고 했다가 ‘한 단체가 추천하는 후보군으로만 평가위원을 선정했을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다라는 감사팀의 지적이 있었다’라고 오락가락하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외부 전문단체 중 대한법학교수회에만 관련 공문을 보냈던 강원랜드의 해명이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법학교수회 측은 나아가 ‘강원랜드 측 담당자가 후보자 추천 마감 시간 전후로 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며 권익위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강원랜드가 구색 갖추기를 한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실관계 확인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감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 측은 외부 평가위원 선정 관련한 모든 절차가 규정대로 진행됐다면서 감사에 착수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지난 24일 대한법학교수회 측에 공문을 보내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랜드는 ‘법률자문용역 제안서 평가위원 후보 명부 사용 관련’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보내주신 후보만으로 위원 선정을 하지 못한 점을 양해해 달라. 귀 법인의 임원진께서 많은 수고와 시간을 들여 선의의 의도로 우리 회사에 협조했으나 원치 않은 진행에 실망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신뢰관계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대한법학교수회 측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추천 명단을 활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 사과했다”면서 “평가위원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어 사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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