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세에 회사채 투자로 마진 남기기 어려워···복잡한 금융기법 적용은 부담

발행어음 시장이 당초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끌어모은 자금의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신규 인가를 신청했던 KB증권은 인가가 보류된 상황이다. 사진은 한국투자증권 / 사진=연합뉴스
발행어음 시장이 당초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끌어모은 자금의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신규 인가를 신청했던 KB증권은 인가가 보류된 상황이다. 사진은 한국투자증권 / 사진=연합뉴스

발행어음 시장이 당초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끌어모은 자금의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신규 인가를 신청했던 KB증권은 인가가 보류된 상황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초대형 IB 2곳은 최근 상품 금리를 인하하거나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두 곳 모두 공식적인 설명은 없지만 발행어음을 통해 끌어모은 자금을 투자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중순부터 일부 발행어음 상품 금리를 인하했다. 180일 이하 상품의 경우 0.1%포인트 가량, 180일 이상 1년 미만 상품은 0.2%포인트 낮췄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일부 발행어음 상품의 판매에 제한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신규 계좌개설 고객이나 펀드 가입 고객에 한해 일정 금액까지만 발행어음 상품을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증권가에서는 발행어음 사업자 두 곳이 상품 금리를 인하하거나 일부 상품 판매에 제한을 거는 이유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발행어음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증권사들이 탐낼 만한 기회지만, 문제는 시중 금리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 등 기존 투자 대상으로는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셈이다. 

◇회사채 금리 하락세···발행어음 역마진 우려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2%대를 웃돌았다. 지난해만 해도 발행어음 상품의 1년 기준 금리를 대부분 2% 이상으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회사채 금리가 1%대로 낮아지면서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회사채 등 채권 투자로 마진을 키울 수 없다면 기업 대출이나 부동산 투자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 받는 과정에서 당국에서는 이미 관련 자금을 기업 대출에 절반 이상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이미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적인 기업 대출 수요를 찾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관련 대출은 발행어음 자금의 30%까지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고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처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채권 등 유가증권에 비해 투자를 집행하기까지 인력이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TRS 거래 제재···기업 대출시 복잡한 금융기법 활용 위축

발행어음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하자 증권가 일각에서는 KB금융 입장에서 단기금융업 인가 보류가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장 인가를 받더라도 KB증권 역시 채권 등 전통적 투자 대상 일부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어서다. 3호 사업자가 탄생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투자처 발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발행어음 1호 사업자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의 TRS(토탈리턴스왑) 투자 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에 SK실트론의 지분 19.4%를 기반으로 하는 TRS 거래를 주관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서는 이 거래가 사실상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입을 위한 개인대출로 활용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부당대출에 대한 과태료 수위를 정할 예정이었으나 결론을 보류했다. 결국 한국투자증권의 TRS 거래 건이 금융 당국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확인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통해 끌어모은 자금을 기업 대출로 사용했다 해도 복잡한 금융 기법이 끼어들면 금융당국의 해석이 어떻게 나올지 눈치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비교적 간단한 투자처에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데 당분간은 회사채 금리에 맞춰 발행어음 상품의 금리를 낮추거나 판매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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