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 달 새 한진칼 지분 14.98%로 끌어올려
케이프증권 공매도 이후 KCGI 대량 매수 나서
“급등 후 안정된 주가, KCGI에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을 것”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한진그룹 일가와 한진칼 2대주주 KCGI의 물밑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진그룹 백기사로 지목되는 케이프투자증권의 공매도가 되려 KCGI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어 주목된다. 케이프투자증권 등 공매도 세력의 공매도로 인해 주가 상승이 억제되면서 KCGI의 지분 매입 단가가 낮아진 까닭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이처럼 한진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 한 상속가액이 확정되는 올해 6월 초까지는 KCGI의 매수세가 계속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CGI의 특수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율이 기존 12.80%에서 14.98%로 2.18%포인트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로써 KCGI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남긴 한진칼 지분율(17.84%)의 차이는 불과 2.86%포인트로 좁혀지게 됐다.

공시에 따르면 KCGI는 한진칼의 정기주주총회가 있기 3일 전인 지난달 26일부터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달 4일까지 이어진 KCGI의 매수세는 조 전 회장이 사망한 이달 8일 이후로는 한동안 멈췄다가 발인 이틀 뒤인 18일부터 다시 거세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19일, 22일, 23일에는 각각 13만8107주, 21만7549주, 30만5009주를 사들였는데, 이는 이번 매입분(128만8475주)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이는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려던 KCGI가 주가 급등이 진정되자 공격적으로 지분율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 12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4만4100원까지 치솟았다. 다음 거래일인 15일에는 전거래일 대비 0.79% 내린 4만3750원에 마감했지만 장중 4만9800원까지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4만원대 아래에서 움직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나온 케이프투자증권의 공매도는 되려 KCGI의 한진칼 매수를 이끈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의 상속세 이슈로 주가가 급등한 것은 KCGI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분을 더 매입해야하는데 주가가 높아지면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며 “급등 이후 공매도 세력이 발생하면서 주가 상승이 제한됐고, 멀리 내다보고 투자하는 KCGI로선 급등 후 안정된 주가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케이프투자증권은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에 이름을 올렸다. 자본시장법 제180조의 3에서는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수 대비 0.5% 이상일 경우 공시의무가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어느 정도 규모로 공매도에 나섰는 지는 확인되고 있진 않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주가 누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해석대로라면 주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KCGI에 도움이 된 셈이다.

한편 KCGI가 이같은 한진그룹 일가의 상속세 딜레마를 계속해서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칼 일가로선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는 KCGI에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는 주식 상속일 전 2개월과 이후 2개월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균해 지분가치를 계산한다. 이에 따르면 오는 6월 8일 상속가액이 정해진다.

CI=각사.
CI=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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