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핵심 지원 사라져
학계, AI 혹한기 우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인공지능 예산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인공지능 관련 사업이 이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당장 인공지능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사업인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에 내년도 신규 예산이 배정되지 않을 예정이다. 관련 학계 반응과 해외의 인공지능 관련 지원 현황, 정부의 달라진 중점 육성 분야에 대해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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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에 내년도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정이 아니라 예산을 아예 배정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공지능(AI) 업계가 크게 반발하며 향후 동력상실을 우려했다.

25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2020년도 예산을 미편성했다. 인공지능, 가상증강 등 연구‧개발(R&D) 분야 지원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7년부터 국가발전과 성장동력 확충에 직결되고 사회문제 해결에 시급히 필요한 13대 분야에 대해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과 혁신성장을 위한 범부처 민관 연구‧개발 협업사업으로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5개 사업단이 운영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가상‧증강현실과 인공지능을, 산업부는 경량소재, 국토부는 스마트시티, 복지부는 정밀 의료 등을 맡고 있다.

이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곳은 인공지능 분야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인공지능 분야에 책정된 예산은 250억원 규모다.

특히 인공지능 사업은 글로벌 기술우위 확보와 기술 선점을 위한 AI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진행됐다.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는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예산이 뚝 끊기면서 비상에 걸렸다. AI는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기술이다. 당장 성과를 바라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야 하는 기반 기술이란 평가다.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자연스레 연구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AI는 혹한기를 맞은 적이 있다. 구글의 알파고가 알려지기 전 AI 암흑기가 5년 이상 이어졌다. 대학교에서 관련 교수를 채용하지 않고 AI 관련 학과가 사라지기도 했다. 대부분 연구자들이 다른 쪽으로 전공을 전향했고 관련 분야 대학원생 숫자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 모든 것이 정부의 지원이 끊기며 벌어진 현상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알파고로 인해 AI가 다수 화두가 됐고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연구도 활기를 띄었다. AI 관련 연구자들은 최근 다시 ‘봄’이 와서 꽃을 피우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좋은 성과도 내고 있는데 이렇게 지원이 다시 끊어지면 또 다시 악몽이 재현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핵심 사업인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예산이 끊긴다는 소식에 학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의 AI 속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AI를 집중 육성해 최근에는 AI 분야 강국으로 평가받는다.

AI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다. 제조, 의료, 금융, 서비스 등 전 업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핵심이 될 기술로 주목받는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AI 인재 확보에 사할을 걸고 매진하기도 했다. 원천기술 개발은 전 산업의 미래성장동력을 튼튼히 할 수 있어 중요성을 갖는다. 정부가 혁신성장동력으로 이름 붙인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불과 2년만에 AI는 또 다시 홀대받는 분위기다.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사업은 최대 오는 2023년까지만 운영된다. 이미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대상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는 이들은 정해진 기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내년에 새롭게 지원되는 사업은 없을 예정이다.

다른 AI 사업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AI쪽에는 두 번의 겨울이 있었다. 정부 예산이 끊어지면서 연구가 많이 죽었다”며 “예산이 줄어들면 AI 연구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5개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의 사업단별 성과와 향후 계획을 전체 프로젝트 구성원이 공유하고 성과 확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임대식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는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해였다”며 “올해는 동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각 부처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관련 과제와의 연계 및 분야 간 융합이 활성화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규제개선, 실증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이 오는 6월에 해체되고, 인공지능플래그십 프로젝트도 내년에 일몰되면 추후 AI 관련 새로운 사업의 진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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