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암 진단금 기존 대비 10배가량 늘어나
IFRS17 대비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 일환
“보험사 리스크 우려···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보험사마다 앞다퉈 유사암 보장금액을 일반암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일각에서는 유사암보험이 치매보험처럼 ‘로또보험’으로 부상해 보험사의 출혈경쟁을 야기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사진=셔터스톡
보험사마다 앞다퉈 유사암 보장금액을 일반암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일각에서는 유사암보험이 치매보험처럼 ‘로또보험’으로 부상해 보험사의 출혈경쟁을 야기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사진=셔터스톡

유사암보험이 보험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사마다 앞다퉈 유사암 보장금액을 일반암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일각에서는 유사암보험이 치매보험처럼 ‘로또보험’으로 부상해 보험사의 출혈경쟁을 야기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보험사 앞다퉈 유사암 보장금액 확대···최대보장금액 5000만원에 달해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사암 진단비가 일반암의 50% 이상으로 확대됐다. 유사암은 갑상선암, 기타피부암, 경계성종양, 제자리암 등이 해당되며 일반암에 비해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낮아 통상 보장금액이 일반암의 10% 수준인 200만~3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보장금액을 10배 이상 높여 2000만원 이상을 보장하는 상품이 보험사들 사이에서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갑상선암, 경계성종양 등의 진단비를 2000만원 이상까지 늘리며 유사암보험의 보장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유사암과 같은 기타소액치료 관련 암들이 일반암에 비해 진단비가 적었으나 이달 들어 일반암 진단비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상품을 개정했다.

DB손해보험도 유사암보험의 최대보장금액을 5000만원까지 늘렸다. DB손보의 기존 유사암 진단비는 일반암의 10% 수준이었다. 가령 일반암 진단비가 3000만원일 경우 유사암은 보장금액이 300만원밖에 안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사암 보장금액이 일반암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만 20세 보험가입자의 경우 유사암 진단 시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도 유사암 진단비를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늘렸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이번 달까지 한시적으로 유사암의 보장한도를 기존 일반암의 10%에서 50%까지 확대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고객들을 위한 보험사의 마케팅 일환”이라며 “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유사암보험 진단비를 한시적으로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 유사암보험, 치매보험 2탄 될까···“보험사 출혈경쟁, 소비자들에게 피해 전가 우려”

이처럼 보험사들이 유사암보험으로 경쟁시장을 옮겨간 것은 지난달까지 ‘로또보험’으로 불렸던 치매보험에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기, 과열경쟁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판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치매보험은 보장금액이 크다는 장점으로 많은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중증치매 뿐만 아니라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증치매에도 1000만~3000만원의 보험금을 보장하면서 가입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치매보험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하면서 각 보험사에 공문을 보내 경증치매 보장 급부가 지나치게 높게 설계돼 이를 악용하는 보험사기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중복가입을 통한 보험사기 위험성도 강조했다.

치매보험에 이어 유사암보험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사암은 일반암 대비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낮기 때문에 진단비를 과도하게 올리면 보험사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유사암보험이 제2의 치매보험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사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잇따라 ‘로또보험’을 내놓는 이유는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는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다. IFRS17은 기존 회계기준과 달리 부채도 시가로 평가한다. 따라서 보험사는 부채비율 상승을 막기 위해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나 후순위채·신종 자본증권 발행,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 등을 통한 자본확충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가 날 수도 있는 ‘로또상품’을 출시하는 것 역시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일환이다. 과거에는 치아보험, 요실금보험, 홀인원 보험 등이 그런 사례였다.

고객 입장에선 보장금액이 높고 진단비를 받기 쉬운 보험이 당장의 이익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보험사의 출혈경쟁으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결국 그 뒷감당은 소비자들이 짊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보험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과열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출혈경쟁이 심해져 보험사기 및 가입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등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거꾸로 피해가 갈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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