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금리 증가에 채무불이행자 증가세 지속

서울에 위치한 한 건물에 붙은 임대 현수막. / 사진=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한 건물에 붙은 임대 현수막. / 사진=연합뉴스

“커피숍이 1년 만에 망하면서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창업 자금을 날린 것 외에 은행 대출도 값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은행에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 전화가 오고 있지만 받지 않고 있습니다.”

시사저널e가 24일 만난 김모(36)씨는 현재 강남의 한 건물 인테리어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차린 커피숍을 접은 지 반년이 지났다. 그는 폐업과 함께 신용불량자가 됐다. 자기 명의로 통장, 카드를 개설할 수도 없다.

그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서 작은 커피숍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하며 모아둔 8000만원 외에 1금융권에서 3000만원 자영업자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장사는 초반부터 잘 되지 않았다. 하루에 손님이 두세 명에 그친 적이 많았다. 인적이 많지 않은 곳에 가게를 차린 것이 문제였다. 한 달 임대료만 143만원. 대출 이자는 56만원이었다. 김 씨는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하자 결국 1년 만에 가게를 닫아야 했다. 

김 씨는 폐업은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속이 편하다. 1년 동안 장사를 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다.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할 땐 대부업 대출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빚을 질 것이 뻔했다. 장사를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은행에서 자영업자 대출을 받기가 굉장히 쉬웠다”며 “하지만 제 주변에도 창업하고 문을 닫는 지인이 많다. 모두 은행의 부담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증가···연체율 관리 어려워져

김 씨의 사례처럼 금융권에는 자영업 고객들이 경기 악화 등 영향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거나 원리금마저 상환을 못하는 채무불이행자가 늘고 있다. 금융권은 이런 경우 대출 자산이 모두 부실화 된다. 자영업자 대출이 최근 늘고 있는 금융권의 자산건전성이 갈수록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용평가업체인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대출(개인이 보유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체가 90일 이상 된 자영업자는 2만7917명이다. 전체 자영업 대출자의 1.43%를 차지했다. 2017년 말보다 0.11%포인트 증가했다. 채무불이행 자영업자 비율은 지난해 1분기 1.36%, 2분기 1.39%, 3분기 1.41%, 4분기 1.43% 등으로 매분기 상승했다. 

업계에선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자영업자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은행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개인사업자(SOHO·소호) 대출 총액은 191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9.8% 증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율보다 3배가량 높았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253조80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특히 전체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도 매년 증가했다. 2015년 말 274조원, 2016년 말 307조원, 2017년 말 354조원, 2018년 9월 말 390조원 등으로 늘었다. 특히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액이 가파르게 증가하며 전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키웠다. 상호금융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저축은행은 37.6%, 은행은 9.6% 늘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가 늘어난 만큼 연체율도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전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5%를 기록했다. 전년 말보다 0.14%포인트 증가했다. 연체율 관리가 엄격한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도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연체율은 0.30%로 1년 전보다 0.03%포인트 증가했다.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금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이 지난 3월 취급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4.97%로 1년 전(4.87%)보다 0.10%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 역시 3.71%에서 3.83%로 0.12%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분활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3.20~3.40%)보다 높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검사 나섰지만 금융권 리스크 지속 증가 우려

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공동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과 한은은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취급 실태를 점검한다. 한은은 통화정책 관련 규정을 중심으로, 금감원은 담보 및 보증과 관련해 조사할 계획이다. 

또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등 개인의 연체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채무조정제도를 도입해 채무조정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대출 연체가 발생한 차주에게는 정상적으로 경제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채무감면율을 29%에서 2022년까지 45%로 확대할 계획이다. 변제 능력을 상실한 차주는 성실상환 시 잔여 채무를 면제하는 특별감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채무조정과 재기지원 활성화 외에도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금융사에 대해 개인사업자 대출 관리계획을 제출받아 주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며 “특정업종에 대한 대출 편중도 집중 관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에 따른 금융권의 대출 부실화는 계속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심사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대출 급증세나 업종 쏠림이 지속될 경우 대출 건전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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