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운용사 간 수탁고 차이 크게 좁혀져···500억원 안팎
“TDF 시장 더욱 커질 전망···시장 파이 다툼 더욱 치열해질 듯”

자료=에프앤가이드, 각사
4월 24일 기준 삼성자산운용 9개 유형, 미래에셋자산운용 12개 유형 수탁고 총합. / 자료=에프앤가이드, 각사

은퇴 맞춤 펀드인 TDF(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의 성장세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사 간 각축전이 심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TDF 수탁고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 그 뒤를 쫓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쟁이 심상치 않다. 과거에는 수탁고에서 큰 격차를 보였지만 이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일부 TDF 시리즈에서 역전하는 등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국내 8곳(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하나UBS자산운용)의 TDF 운용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2017년 말 6100억원 수준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생애주기별 자산 배분 프로그램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해주는 펀드로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TDF는 미국에서 1993년 처음으로 등장해 2006년에야 본격 성장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운용사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도 시장 1위와 2위의 싸움이 치열하다. 삼성자산운용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24일 기준 TDF 시리즈(9개) 전체 수탁고가 554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자산운용은 2016년에 처음으로 TDF 시리즈 상품을 선보인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사실상 국내의 TDF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면서 시장 선두 지위를 구축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이 그동안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배경에는 수익률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45년 은퇴 시점을 설정하고 운용되는 ‘삼성한국형TDF2045증권투자신탁H[주식혼합-재간접형]_Cp(퇴직연금)’은 지난 2016년 4월 설정 이후 이달 23일까지 21.83%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TDF 중 설정액이 813억원으로 가장 많은 ‘가장 삼성한국형TDF2020H[채혼-재간접]_Cp(퇴직연금)’도 같은 기간 11.21%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TDF 유형의 펀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놓았지만 2017년에서야 본격적으로 은퇴시점을 다양화 한 시리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후 쌓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 시리즈(12개) 수탁고 규모는 5160억원 수준으로 삼성자산운용과 불과 500억원 가량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두 운용사의 TDF 수탁고는 지난해 상반기 말만 하더라도 1500억원에 가까운 차이가 났었지만 올들어서만 미래에셋 TDF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오면서 격차가 좁혀졌다. 시리즈 중 2017년 3월 처음 설정된 미래에엣자산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년’ 시리즈 수탁고는 1600억원을 넘어선다. 이는 국내 TDF 시리즈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수익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DF 중에서 가장 수탁고가 많은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25년혼합자산자투자신탁종류C-P2’는 올들어 7.47% 수익률을 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전략배분TDF 2045년, 2040년, 2035년은 이달 10일 기준 최근 2년 동안 수익률로 각각 18.2%, 17.71%, 16.81%를 기록해 상위 1~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TDF를 ‘자산배분’과 ‘전략배분’으로 나눠 선택지를 다양하게 한 전략이 들어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전략배분 TDF는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일반적인 자산배분 TDF와는 달리 ‘기본수익전략’, ‘자본수익전략’, ‘멀티인컴전략’, ‘절대수익전략’ 등을 배분해 운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11일 ‘한국형TDF 2050 펀드’를 출시해 라인업을 확충하면서 다시 선두 굳히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TDF 매수 이벤트 등을 벌이면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공격적인 전략과 운용으로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는 방침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사 입장에서 TDF는 장기 투자로 인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에다 투자 고객들을 오랫동안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상품으로 인식된다. 이렇게 확보한 고객은 금융투자사들에 큰 자산이 된다”며 “퇴직 후 노후 자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어서 TDF 시장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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