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발달을 촉진하는 레고와 체스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최상의 글로벌 브레인스포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브레인스포츠에 관한 이야기.

사진=이대원
사진=이대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주)플레이웰코리아 임현주 대표의 별명은 ‘놀선생’이다. 그녀는 잘 노는 아이가 결국에는 미래형 인재로 거듭난다고 굳게 믿는다.

브레인스포츠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요즘 세상에 필요한 지식은 사람 중심의 지식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을 ‘놀이’에서 찾았어요. 아이들에게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워주고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도구로서의 놀이인 거죠. 아이들은 놀이에 몰입할 때 가장 긍정적이고 낙천적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만큼 훌륭한 영감을 주는 도구는 없는 셈이죠. 그 다양한 놀이 중에서도 레고와 체스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레고와 체스로 충분히 놀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어떤 장점이 있나요? 레고의 강점은 혼자서도 놀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와 다른 생각과 충돌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놀라운 내적 변화를 경험합니다. 체스는 철저하게 자신과의 대화를 전제로 하는 게임입니다. 어떤 수를 두거나 결정을 내리기 전에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두고 있는 한 수가 게임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것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면서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무의식중에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는 겁니다. 지나간 게임을 복기하며 스스로 이기는 방법을 찾다 보면, 자기 주도적인 사고방식을 키울 수 있고요.

체스는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배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세계적인 체스 대회는 분석실을 따로 운영합니다. 비엔나 체스 오픈에 참가했을 때 우리 팀의 4학년 남자아이가 40대 중반의 영국인과 맞붙어 아쉽게 패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경기 종료 후 아이가 분석실에서 게임을 복기하는데, 그 영국인이 찾아와 “훌륭한 게임이었다”며 실력을 인정해줬어요. 자신의 게임을 복기하다가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였죠. 우리 팀의 아이는 분석실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그영국인을 찾아가 한 판 더 해보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재대결을 벌였습니다. 승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성장하는 겁니다.

레고나 체스를 그저 어린 시절 즐기는 놀이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아요.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15년 전만 해도 유아 때 시작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만두는 아이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정말 레고와 체스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 중고생이 돼서도 계속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세계 대회 수상 경력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학교와 영재학교에 입학하고 관련 학과 대학 입시에 성공하는 경우를 보면서 부모님들의 생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걸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질문하고 방법을 찾다 보니 그 과정에서 수학적 개념이나 물리적 질량감, 다양하게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자연스럽게 터득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도구로 활용해 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의 진학과 진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거죠.

바로 그 점이 브레인스포츠의 장점인 것 같아요. 브레인스포츠를 하는 아이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와 문화적 충돌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함께 잘 노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법을 배우는 동시에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할 줄 압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가시적인 성공 사례가 궁금할 것 같아요. 6살 때부터 레고와 함께 성장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대회에 나간 친구가 있어요. 레고 마인드스톰을 활용한 로봇 코딩을 배우기 시작한 중학생 때부터는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을 레고와 연결시켜 생각하더군요. 로봇 축구 경기장을 보면서 삼각함수를 깨닫고 로봇 프로그래밍을 잘하기 위해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식이었죠.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을 발휘하게 되잖아요. 그 친구는 로봇 동아리가 없던 모교에 자율 동아리를 만들어 리더십을 보여주고 대회 출전 경험이 없는 후배들의 멘토 역할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을 토대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고, 결국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장학생으로 입학했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정말 뿌듯하셨겠네요. 30개월부터 저와 함께 레고로 놀기 시작해 과학영재고에 들어간 친구도 있어요. 처음에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는데 레고를 하는 형들과 함께 국내외 대회 준비는 물론 봉사활동 등을 함께 했죠. 재미로 시작한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올리고 보니 훌륭한 스펙이 된 겁니다. 긴장도가 높은 아이였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 할 줄 알게 되니 자신감과 리더십이 생겨 학생회장도 했어요.

레고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군요. 한번은 과학영재고 입시와 세계적인 로봇 축제인 FLL(First LEGO League) 예선전 출전을 동시에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팀의 리더가 되면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집중해야 하는데,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었어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세계 대회는 출전하지 못했어요. 그런데도 실패를 자신의 소중한 경험으로 인정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해 세세하게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더군요. 레고를 꾸준히 하는 아이들 중에는 공부를 안 하는 친구는 있어도 못하는 친구는 없어요. 그건 확실합니다.

레고와 체스는 아이가 세계적인 무대를 경험하게 도와주기도 하는군요? 맞아요. 레고와 체스로 문화를 공유하면 영어 실력이 부족해도 친밀감을 쌓기가 수월해요. 이게 글로벌 네트워킹의 시작이 아닐까요? 또 세계 무대를 경험하다 보면 공부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물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아이들이 관심 분야의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나 대학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점수가 높고 스펙이 화려한 학생보다는 재미있게 공부하고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소양과 바탕을 지닌 학생을 원하고 있죠. 외국 친구들과 레고와 체스로 한바탕 재미있게 논 다음, 바둑과 장기도 알려주고 우리의 전통 놀이도 소개해주는 멋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을 상상해봅니다.

제대로 잘 노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최근 화제였던 드라마 <SKY 캐슬>이 우리의 서글픈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요. 명문대가 최상의 목표이고 모두 그것을 위해 달립니다. 10대에는 좋은 대학에 가려고 입시에 매달리고, 20대에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30대가 훌쩍 넘어서야 나는 누구인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학부모의 역할인것 같아요. 구태의연한 말 같지만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 진리입니다.

 

사진=이대원
사진=이대원

임현주 대표는… (주)플레이웰코리아 대표이자 21세기 융합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는 <브레인스포츠>의 저자. 숙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아동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국내 레고와 체스 교육 분야의 선두 주자로 매년 K.F.C.(Korea Fun Club) 팀을 이끌고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과 소통하는 놀이 문화 전도사다. 레고와 체스를 이용한 코칭 프로그램으로 국제학교, 과학영재고, 자사고와 국내외 명문 대학에 다수의 아이들을 보냈다.

 

 

 

우먼센스 2019년 4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에디터 김지은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이대원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