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액, 1년 새 20억 달러 넘게 하락…순위도 급락 ‘1위→22위’
실적 부진, 라오스댐 붕괴 사건 이후와 겹쳐
전문가들 해외시장 악화 전망, 반등 쉽지 않을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SK건설이 해외수주 시장에서 ‘보릿고개’를 맞은 모습이다. 올해 수주액은 전년 대비 20억달러 넘게 줄었고, 순위도 1위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라오스댐 붕괴 사고 이후 벌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해외수주 시장 전망도 어둡게 예상되고 있다. SK건설의 실적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해외건설협회가 올해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SK건설의 해외수주액은 이날 기준 3847만2000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25억1708만달러)의 1.5% 수준이다. 수주 급감으로 총괄계약현황 순위(기간 계약금액 기준)는 1위에서 현재 22위권으로 떨어졌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SK건설의 수주 실적 급감이 ‘라오스댐 붕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라오스댐 사건은 지난해 7월 SK건설이 시공한 세피안·세남노이 댐이 무너져 71명의 희생자와 1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라오스 정부가 사고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인명피해가 큰 대형사고였던 만큼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어느 정도 줬을 것이다”며 “여기에 조사 결과 발표 지연으로 사건이 ‘인재’냐 ‘자연재해’냐 아직 판명이 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라오스댐 사고 발생 직후 SK건설의 해외수주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SK건설은 지난해 상반기(1월~6월)까지만 해도 해외수주액이 27억달러를 넘기면서 해외건설협회 통계기준 업계 선두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라오스댐 사고 발생 직후부터 연말까지 수주액은 약 1억8734만달러로 급감했다. 순위도 10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올해 신규 수주액도 ‘반토막’ 났다. SK건설이 수주한 금액 중 올해 새로 집계된 건은 지난 2월 계약한 ‘아랍에미리트(UAE) 2단계 에티하드 철도 건설 공사 A공구’ 공사 한 건이다. 이 공사는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는 것으로 공사금액은 4억2000만달러다. 다만 이 가운데 SK 지분은 42.5%(1억7850만달러 규모)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UAE 만도스 프로젝트’(12억771만 달러), ‘홍공 야오마따이 이스트 도로 사업’(2억5617만달러) 등에서 총 14억7000만달러가 넘는 신규계약을 따냈다. 아직 반영되지 않은 6억달러 규모의 ‘우즈베키스탄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을 더해도 지난해의 절반수준이다. 

올해 SK건설의 해외 수주 목표액은 약 39억달러 규모로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향후 해외수주 전망은 밝지 않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예정됐던 발주처들이 자금 조달 실패로 발주와 건설을 중단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며 “매출 비중이 늘어난 아시아국 역시 자체적인 자금 조달이 힘들어 수주에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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