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공모리츠시장 활성화 열쇠는 기관투자자
  • 황건강 기자·CFA(kkh@sisapress.com)
  • 승인 2019.04.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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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리츠 장점에도 리스크 부담 낮춰줘야

국내 시장에서 공모 리츠가 빛을 보려면 개인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겁니다

롯데그룹이 계열사가 보유중인 부동산 자산을 묶어 부동산 공모 리츠(REITs·부동산간접투자회사)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로 하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모 리츠 투자가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다만 이번에도 흥행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인 롯데그룹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등이 자리잡은 부동산을 묶어 상장시킬 리츠 규모는 벌써부터 조단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부동산 공모 리츠에서 조단위 상장 사례는 아직 생소한 영역이다. 일단 리츠라는 단어부터가 생소하다. 리츠는 부동산투자신탁을 의미한다.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 및 매각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돌려주는 형태다.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투자하는 형식은 뮤추얼펀드와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뮤추얼펀드로 부르기도 한다. 

리츠 덕분에 일반 소액 투자자들은 독자적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대규모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공모 리츠는 여기에 상장돼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다는 장점을 추가했다. 투자 형태만 보면 장점이 많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리츠는 물론 공모 리츠 역시 활성화됐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규모만 3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경우 리츠 시장이 18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 시장은 아직도 리츠 시장에 성장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말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500조원 가량을 추정되는 반면 리츠 자산 규모는 4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모 리츠 시장은 이보다 더 초라하다. 공모를 마치고 상장된 리츠는 신한알파리츠를 비롯해 이리츠코크렙, 모두투어리츠, 케이탑리츠, 트러스제7호, 에이리츠 정도인데 이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모 리츠가 아직도 활성화되지 못한 가운데 조단위 이상 초대형 공모 리츠는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다. 지난 3월 국내 최초 조단위 리츠 상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홈플러스리츠가 수요예측에서 참패한 뒤 공모를 철회했다. 당시 홈플러스리츠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충분한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롯데그룹이 다시한번 조단위 공모 리츠 시장에 도전하기로 했지만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시장에서 조단위 초대형 부동산 공모 리츠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리츠 상품 자체가 생소한 환경에서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조단위 자금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리츠 상장에서는 생소한 국내 투자자들을 건너 뛰고 비교적 리츠 상품에 익숙한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이 해법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홈플러스리츠 상장시에는 공모 물량의 84%를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확실한 수요를 확인하기 전에는 해외 투자자들 역시 선뜻 자금을 대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결국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초대형 공모 리츠 시장 활성화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내 초대형 공모 리츠 시장 활성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 역시 선뜻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 의사 결정은 물론 투자 후 리스크관리가 필수적인 기관 투자자들은 공모 리츠에 투자하더라도 일반 상장주식과 비슷한 형태의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공모 리츠 투자의 장점이 기관투자자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높은 주식 투자와 함께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부동산 등 대체투자자산을 편입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리츠가 아닌 일반 부동산 투자는 거래가 매일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빨라야 분기별로 가격 변동성을 추정할 수 있다. 더구나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지금까지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에 주식 등 변동성이 높은 자산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반면 공모 리츠에 투자할 경우 상장돼 있다는 이유 때문에 일반 상장 주식과 마찬가지로 매일 주가 변동에 따른 해당 금액의 변동성을 감안해야 한다. 공모 리츠 투자시 부동산 자산에 직접 투자한 것과 같은 위험 분산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 리츠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뜻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황건강 기자·CFA
황건강 기자·C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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