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선거법 개정 시 다양한 계층 목소리 반영 및 의원 특권 폐지 가능”···“선거 가능 나이 만 18세로 낮아져 민주주의 확대” 의견도

2018년 12월 국회 본회의장 모습. / 사진=이준영 기자
2018년 12월 국회 본회의장 모습. / 사진=이준영 기자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의 법안을 국회법상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한 합의안을 추인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와 본회의 처리가 남았지만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총선을 계기로 정치권의 국민과 정책 중심 경쟁, 공천 개혁, 국회의원 특권 폐지, 선거연령 인하 등 정치 지도와 환경이 변할 전망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모두 합의안을 추인했다. 이에 오는 25일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각각 공직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신설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한다.

특위 전체회의에서 전체 재적의원 18명 가운데 5분의 3 이상 이상인 11명 이상이 동의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다. 여야 4당 의원 수는 정개특위 12명, 사개특위 11명이다. 패스트트랙의 키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개특위의 경우 김성식, 김동철 의원이다. 사개특위는 오신환, 권은희 의원이다. 바른미래당의 이탈이 없어야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최장 330일 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다만 여야가 합의하면 이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내년 4월 15일 총선에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적용할 수 있다.

앞서 여야 4당은 지난 3월 17일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고정한 채 지역구 의석 225석, 비례대표 의석 75석의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각 정당은 전국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별 의석을 배분하되 연동률 50%를 적용해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수를 우선 배정한다. 남은 의석은 다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6개 권역별로 배분한다.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아깝게 패한 지역의 후보자는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를 도입한다. 다만 지역구·비례 중복 입후보자는 정당별 2인 이내로 한정 한다.

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금과 다른 정치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정당득표율이 의석 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민심이 중요해진다. 그만큼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기존에 보여왔던 지역구 관리 행태보다 국민과 정책 중심의 정치를 유도한다.

비례대표 의석이 늘고 비례대표가 중요해진 만큼 공천 과정도 기존보다 투명해지고 합리적으로 개혁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정당들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특권을 줄이고 투명성과 청렴성을 높여야 한다. 20대 국회와 그 이전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이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청구와 소송으로 밝혀졌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에서 쓰인 소규모 정책연구용역도 연구용역비를 지급했다가 돌려받거나 표절 등 수많은 비리 행위가 있었다. 20대 현역 국회의원 26명이 정책자료 발간 등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중복 제출해 세금 약 16억원을 빼 쓴 것도 드러났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총선은 정책 경쟁이 중요해질 것이다. 선거제 개혁이 되면 특정 정당이 아닌 정책으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당이 선택 받기 때문”이라며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수가 나뉘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당과 의원들은 선택을 받기 위해 국민들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된다.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미세먼지, 주거문제, 성평등,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해결을 잘하는 정당이 선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선거법이 개정돼 정당득표율 비례성이 커지고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면 지금보다 다양한 계층이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만큼 청년 등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게 된다.

하 대표는 “청년들은 주거, 빚,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청년들이 국회 안에 없기 때문”이라며 “주거 문제는 국회서 법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회에는 20, 30대가 300명 중 2명밖에 없다. 그러나 청년들이 살기 좋은 덴마크를 보면 20, 30대 의원 비율이 40%를 넘는다. 덴마크 청년들의 목소리가 국회서 충분히 대변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법이 개정되면 유권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특권 폐지로 다가가지 않으면 심판 받게 된다.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렇게 한국 정치가 획기적으로 변하게 된다”며 “다만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아니기에 선거제가 민심을 더 반영하는 개혁은 계속 추진해야 할 과제다”고 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투표할 수 있는 나이도 만 19살에서 18살로 낮아진다.

강민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유권자가 돼야 마땅한 만 18세가 유권자가 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확대이고 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이라며 “만 18세는 고등학교 3학년 또는 20살이다. 이들이 갖는 중요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많다. 청년 주거문제, 입시제도, 등록금 문제, 고 3의 현장 실습생 사망사건 등 해결해야 할 정치적 문제가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정당들이 더 우리 의견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 18세 선거권이 끝이 아니다. 전 세계에선 만 16세로 낮춰야 한다는 운동이 진행중이다”며 “만 18세 선거권은 더 폭넓게 청소년들 의견을 반영하는 논의의 시작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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