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방문기] ‘무인편의점’ 편리한데, 별로 없다
  • 박지호 기자(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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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인편의점 60곳 불과···CU 11곳, GS25 7곳, 세븐일레븐 9곳, 이마트24 33곳 등
주로 기업체나 산단 내부에 위치해 쉽게 접할 수 없어···매출은 떨어지나 인건비 등 비용절감 효과 커

편의점 점원 앞에 서면 조금 쑥스럽다. 이 나이 먹고 젤리나 과자를 살 때 그렇다. '네가 그런 걸 먹을 나이는 아니지 않아?'라는 점원의 속마음이 보인다. 세상의 기대로부터 놓여난 주말 아침 얼굴로 편의점에 갈 때도 그렇다. '그 꼴로 밖에 나왔단 말이야?'라는 점원의 속마음이 읽힌다. 그럴 때 간절하다. 바로 ‘무인편의점’.

무인편의점은 편하다. 보이지 않고 싶은 모습을 들키지 않을 수 있어서다. 비대면·비접촉을 뜻하는 언택트(Untact) 서비스의 정수에 무인편의점이 있다. 점원에게 내가 살 물건을 건네고, 삑삑 바코드 찍히는 소리를 듣고, 카드 결제 승인을 기다리며 시선을 어디에 둘 지 몰라 점원 등 너머의 갖가지 담배 상표들을 공부하듯 볼 필요가 없다. 매장에 들어가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시간동안 들여다보고, 바코드를 찍고 결제를 하고 나오면 된다. 이 과정에서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인사도 물론 생략된다. 

◇ 발전하는 리테일테크···생각보다 더 편리한 무인편의점

서울 시내 무인편의점에 방문했다. 호기롭게 문을 밀었으나 닫혀 있었다. 손잡이 옆에는 출입 인증 기기가 붙어있다. 신용카드로 출입 인증을 해야만 문이 열린다. 도난 방지, 도난 추적 등 보안을 위해 매장 접근 절차를 한 단계 추가한 것이다. IC카드를 삽입하면 3초가량의 출입 인증 절차가 진행된다. 인증이 완료되면 잠겼던 문이 열린다. 그제서야 편의점에 입장할 수 있다. 이는 결국 현금만 달랑 들고 갈 경우 입장조차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낯선 자판기에서는 담배를 판다. /사진=권태현PD
이 낯선 자판기에서는 담배를 판다. /사진=권태현PD

일반 편의점과 크게 다른 것은 △점원이 없다 △점원이 서있는 포스대가 없다 △담배 매대가 없는 대신 담배 자판기는 있다 △술이 없다 등 네 가지다. 

일단 점원이 없다. 그래서 부끄러움도 없다. 마이구미와 꿈틀이와 뽀로로 보리차를 사는 어른도 이곳에서만큼은 당당할 수 있다. 직원이 재고와 매장 관리를 위해 매장에 들리는 경우가 있지만 상주하지는 않는다. 고객은 혼자 들어와 혼자 물건을 집고 혼자 결제한 후 당연히 혼자 떠나면 된다. 

담배자판기는 미성년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신분 확인을 요구한다. 운전면허증과 여권은 안 되고 주민등록증만 된다. 주민등록증을 읽힌 후 결제를 하면 된다.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가 시키는걸 따르면 10초 이내로 결제가 끝난다. 함께 간 지인은 "내가 피는 담배가 없다"고 말했다. 담배 종류가 일반 편의점에 비해 적다는 것이었다. 지인은 하는 수 없이 전에 겪어본 적 없는 담배를 샀다. 

단, 술은 없다. 편의점에 가는 이유가 '1만원에 4캔'하는 맥주를 사기 위한 목적이 전부인 사람은 영원히 무인편의점에 갈 일은 없겠다. 

셀프계산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앞서 긴장한 두 손. /사진=권태현PD
셀프계산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앞서 긴장한 두 손. /사진=권태현PD

평소에 마음껏 살 수 없었던 젤리를 이참에 사본다. 셀프계산은 단 두 단계로 진행된다. 상품의 바코드를 찍고 결제기에 카드를 밀어넣으면 완료된다. 전 과정이 5초나 걸렸다. 평소 기계치인 사람도 7초면 결제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자신이 기기를 능숙하게 제어하고 있는 자아도취에 빠져볼 수도 있겠다. 

◇ 무인편의점, 도심엔 별로 없다

전국에 1만3000여개의 점포를 운영중인 CU와 GS25는 각각 11개, 7개의 무인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CU 무인편의점 중 서울 도심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무인편의점 1호점인 CU트윈시티남산타워점이다. 해당 점포는 엄밀히 말해 주간에는 점원이 있고 야간에 무인편의점이 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꼭 무인 점포를 체험해 보고싶다면 굳이 야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GS25는 경희대학교(수원), 광주대학교 등 교내 점포와 LG CNS 본사 내 점포에 무인편의점을 운영한다. 대학교 교문을 뚫고 들어가거나 LG CNS에 입사해 사원증을 찍으면 쉽게 이용 가능하다. 

세븐일레븐은 완전 무인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셀프계산대+상주 직원' 방식으로 운영되는 스마트편의점 9곳(잠실롯데월드타워·남창동 롯데손해보험 빌딩 내·의왕 롯데첨단소재 내·울산시티호텔점·광교SK충전소점·강서하이웨이주유소점·구미삼성SDI점·수원컨벤션센터점·청주삼성SDI점)을 운영중이다. 도심보다는 주로 공장 내(In Factory)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산단과 공장이 많아 수요를 따라 출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인편의점은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보안 등 이유로 도심에서는 빠르게 확산되진 못하지만 분명 운영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비교적 늦게 업계에 들어온 이마트24가 33곳의 무인편의점을 운영중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무인편의점이 고객이용률은 일반 매장 대비 낮지만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유인에서 무인으로 전환한 점포 6곳(전주교대점·서울조선호텔점·공주교대1,2호점·전북대의대생활관점·성수백영점)을 분석한 결과 평균 매출은 11.3% 줄었지만 인건비 등 비용은 전환 전과 비교해 76% 개선됐다. 

박지호 기자
산업부
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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