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8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에 이름 올려
업계 일각, 한진칼 상속세 부담 덜어주기 위한 주가 누르기 의혹 제기
케이프투자증권 “매매와 관련해선 밝힐 수 있는 부분 없어”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한진그룹 백기사로 지목받고 있는 케이프투자증권이 한진칼 공매도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최근 한진칼 보유 지분 매도에 이어 공매도에도 나서고 있는데 증권업계 일각에선 이른바 ‘주가 누르기’의 한 형태로 지목한다. 한진그룹 일가 입장에선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지분가치를 낮춰야하는데 케이프투자증권이 이를 돕고 있다는 분석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에 케이프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에 따른 공시의무 발생일은 지난 18일이다. 자본시장법 제180조의 3에서는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수 대비 0.5% 이상 발행할 경우 공시의무가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이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진칼 공매도는 주로 ‘크레디트스위스시큐리티즈유럽LTD’,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피엘씨’, ‘유비에스에이쥐’ 등 외국계 회사들이 주도했다. 올들어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에 이름을 올린 건 케이프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케이프투자증권의 이같은 공매도 배경에 한진그룹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진그룹 일가가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주가가 낮아질 필요가 있는데 케이프투자증권이 대량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누르려는 의도가 있다는 논리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는 주식 상속일 전후 4개월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균해 지분가치를 계산한다. 이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가 기준이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하는 입장에서는 이 시기까지 주가가 상승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주가로만 이미 수천억원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주가가 여기에서 더 높아지면 상속세 부담은 더욱 확대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앞선 이달 초에도 한진칼 지분을 대량 매도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9일 자사 창구로 한진칼 주식 84만여주를 매도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날 케이프증권 창구로 매수 주문이 난 주식 수가 3만5600여주에 불과해 매도물량 대부분은 케이프투자증권의 지분으로 보고 있다. 이 역시 일각에선 주가를 누르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분을 1.4% 가량 매수하면서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한진그룹에 백기사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며 “그러다 최근 지분 매도에 공매도까지 나서는 것을 보면 한진그룹 일가의 이익과 방향성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단순한 투자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선 6월 이후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상속세 지분 가치를 산정하는 기간이 끝나고 난 이후 케이프투자증권이 숏커버링(환매수)하거나 대량 지분 매입을 할 경우 한진그룹을 돕기 위한 지분 매입으로 분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한진칼 공매도에 대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공매도 의도나 수량 등 매매와 관련해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시장에서 해석하는 백기사설에 대해서도 회사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도 없고 어떻다라고 밝히기도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한진칼 주가 흐름. / 그래프=키움HTS.
한진칼 주가 흐름. / 그래프=키움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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