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약사 “병원직영도매라는 특수관계 내세워 고마진 요구” vs 팜로드 “다른 업체들과 큰 차이 없다”
제약업계 “20% 마진 과다 여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경희의료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이 원내 소요의약품 약제비 중 국내 제약사들로부터 평균 20% 마진을 가져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희대학교가 지분을 갖고 있는 유통업체 팜로드는 기본 마진을 5%로 하며, 국내 제약사로부터는 최대 2%가량 마진을 추가 제공 받는다고 밝혔다.  

의약품 도매업체인 팜로드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해 11.04% 영업이익률과 7.47%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대개 의약품 도매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이 2% 안팎이고, 순이익률이 1.5%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수치는 객관적으로 높은 실적이다. 

지난 2017년 6월 설립된 팜로드는 2018년 매출이 975억8900만원이라고 보고했다.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팜로드에 따르면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외하고 경희의료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의 소요의약품을 전납하고 있다. 거래하는 제약사는 150여곳이다.  

이처럼 팜로드가 단기간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률, 순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경희의료원과 특수한 관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경희학원 중 경희대학교가 팜로드 전체 지분의 49% 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팜로드 감사보고서에는 벡제인베스먼트 외 1개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적시됐다.

팜로드를 흔히 업계에서 일컫는 ‘병원직영도매’로 볼 수 있는 객관적 근거다. 다수 병원직영도매들은 병원과 특수 관계에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약사들에게 높은 마진을 요구해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A제약사도 팜로드가 제약사들에게 높은 마진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제약사 관계자는 “경희의료원과 강동경희대병원에 많은 의약품을 납품하고 싶지만 높은 마진 요구로 적은 물량 약품만 납품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고마진 주장에 대해 팜로드는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부인하고 있다. 팜로드 이모 대표는 “다른 도매들에 비해 제약사들이 팜로드에 주는 마진은 절대 많지 않다”면서도 “영업비밀”이라며 구체적 마진 비율에 대해서는 확인을 유보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난 2월 끝난 올해 단가계약에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체결해 마진은 다른 업체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팜로드의 다른 관계자도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다른 업체들과 큰 차이가 없는 마진을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팜로드 관계자는 “회사의 기본 마진은 5%에 불과하다”면서 “단 국내 제약사의 경우 1~2% 정도 더 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제약사들 주장과도 연결돼 있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지만 오리지널을 갖고 있는 제약사는 병원과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제네릭(복제약)을 보유한 제약사는 다소 불리하게 돼 있다”고 언급했다. 오리지널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는 기본 마진을 도매에 제공하고, 제네릭을 갖고 있는 제약사는 기본보다 다소 높은 마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팜로드에 따르면 이같은 업체 마진 외에 경희의료원이 가져가는 부분은 국내 제약사의 경우 평균 20% 마진이다.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면 1000원짜리 약을 제약사가 750원가량 가격에 팜로드에 납품하게 된다. 팜로드는 5% 가량 마진을 받은 후 800원에 경희의료원에 납품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처럼 경희의료원이 국내 제약사의 경우 총 약제비의 평균 20% 가량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와 연결돼 있다.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란 보건복지부가 정한 의약품 상한가보다 병원이 더 싼 값에 제약사로부터 약을 구매하면 절감한 금액의 70%를 병원에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제도다.

복수의 제약사 관계자는 “경희의료원이 가져가는 평균 20% 마진은 관점에 따라 많거나 적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 “결국 국민들이 판단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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