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심사 청구인에게 ‘행실 좋지 않은 여자’ ‘원래 정신질환’ 발언
피해자, 국민권익위 진정·감찰 요구···법무부 “심사 내용 알려줄 수 없어” 해명
“막말로 해임 결정한 법무부가 역으로 차별적·혐오적 발언” 지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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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장관을 대리해 소청심사에 나선 공무원이 청구인을 향해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 잘못된 개인의료정보를 공개하는 등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최아무개 과장은 지난 16일 세종시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열린 오아무개 전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에 대한 소청심사에서 법무부 장관 대리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소청심사는 지난 1월 부하직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오 전 과장이 “징계 사유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 해임 처분도 과하다”라며 요구해 열린 것이다.

소청심사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과장은 최후진술에서 오 전 과장에 대해 “평소 행실이 나쁘고, 평소 행실이 아주 좋지 않고”라고 말했다. 또 오 전 과장이 불안 및 우울장애로 2달간 병가를 낸 것과 관련해 “우울증이 원래 있었던 것이지 갑자기 생겨 이렇게 병가를 쓰겠습니까. 원래 감정 기복이 심하고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입니다.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최 과장의 발언은 모두 오 전 과장의 징계사유와 양정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이날 발언은 소청심사위원장과 위원, 실무직원, 법무부와 오 전 과장 측 대리인 등 15명 이상이 배석한 상태에서 나왔다. 오 전 과장은 최 과장의 발언을 듣고 눈물까지 훔쳤다고 전해졌다.

오 전 과장의 대리인 양홍석 변호사는 “징계 사유와 관련 없는 행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우울증 발언은 정말 심각했다. ‘정신 이상에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제가 봐서는 법무부가 그렇게까지 험한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오 전 과장은 최 과장의 ‘행실’ 발언에 대해 “싱글 여성에게 행실이 나쁘다는 표현은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주색잡기를 즐기며 노는 여성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라며 “명백히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 용례까지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오 전 과장은 최 과장이 자신의 우울증 병력을 공개한 부분에 대해선 “(지난 1월 이후) 저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관련 고발까지 당하다 보니 급성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2개월 간 병가를 냈을 뿐 과거 우울증을 앓았던 적은 없었다”라며 “우울증 환자에 대한 몰이해와 심각한 차별적 발언이다. 의료정보를 공개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며 개인정보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오 전 과장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한편, 법무부에 공식적인 사과와 최 과장에 대한 감찰조사, 징계를 요구했다.

‘차별성 발언을 했다’고 지목된 최 과장과 법무부 측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최 과장은 같은 부서 직원을 통해 “창구 일원화를 위해서 대변인실로 연락을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소청심사와 관련된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오 전 과장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드리기 어렵다. 양해해 달라”라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막말 문제로 오 전 과장을 해임한 법무부가 역으로 소청심사위에 나와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을 했다”면서 “법무부 공무원들의 멘탈(mental)이 잘못 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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