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브리 라슨, 제레미 레너가 나타났다.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홍보차 우리나라에 온 것이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기자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을 서울에서 했다. 오는 24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는 '어벤져스:엔드게임' 은 인피니티 워 이후 세계 인구의 절반만이 살아남은 지구에서 마지막 희망이 된 어벤져스의 영웅 이야기를 담았다.

할리우드가 만든 블록버스터를 한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선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시장이 커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우리 영화 시장이 더 이상 과거 일본, 중국 등의 부가 시장이 아니다. 2012년을 시작으로 그동안 ‘어벤져스’ 시리즈는 국내 영화 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개봉 때마다 폭발적인 흥행기록을 보여 줬다. 2012년 ‘어벤져스’는 707만명,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은 1049만명, 2018년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어벤져스3)는 1121만명을 불러 모았다. 한국에서만 3000만 명 가까이가 본 셈이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코리아측은 이번 영화 역시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만큼 무난히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상대로 된다면 한 영화 시리즈에 4000만명이 관람한 것이다.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다.

4월, 영화 비수기에 ‘천만 영화, 천만 관객 ’이 또 탄생할 것 같다. 우린 참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국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어쩌면 어느 교수지적처럼 쇼핑몰 안엔 멀티플렉스밖에는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탓인 줄도 모르겠다. 사실 비수기는 이미 지난 달에 깨졌다.  학생들의 신학기여서 비수기중 비수기인 지난 3월에 개봉한 ‘캡틴 마블’도 600만명을 불러 모아 3월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고 우리영화 ‘돈’도 350만명을 동원해 손익분기점(200만명)을 넘어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비수기가 없긴 안방극장에도 마찬가지다. 스트리밍 전쟁 시대가 온 것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최강자인 넷플릭스에 최근 디즈니사가 도전장을 내면서 안방극장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기존의 아마존(Amazon), 훌루(Hulu) 에 애플, AT&T, SK텔레콤 등 하드웨어 회사와 이동통신사까지 합세하면서 스트리밍 안방극장이 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입장에선 스트리밍 시장이 커지면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볼 수 있어 환영할 만하다. 좋은 영화를 싼 값에 극장가는 번거로움 없이 안방에서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최근 상대적으로 많은 영화를 확보 하고 있는 디즈니는 넷플릭스보다 낮은 구독료를 책정하며 가입자를 유도하고 있다. 디즈니는 폭스,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국내서 익히 알려진 콘텐츠들을 갖고 있다. ‘겨울왕국’ ‘토이 스토리’ ‘스타워즈’ 등이 그것이다.

최근 애플도 지난달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을 투자해 애플 TV플러스를 새로 조직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오프라 윈프리, 리즈 위더스푼, 제니퍼 애니스톤, J J 에이브럼스, 나이트 샤말란 등 할리우드 유명 감독및 배우들과의 공동 작업을 선언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사업자들은 시기에 상관없이 콘텐츠를 안방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잇점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는데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의 첫 영화 '페르소나'를 공개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봉자’등에 투자해 극장과 안방에 스트리밍 했고, 지난 1월 말 사극 '킹덤'을 선보인 바 있다. 이들 영화콘텐츠 업계는 성수기,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1년 내내 안방에서, 극장에서 사활을 건 콘텐츠 전쟁을 벌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극장가엔 비수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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