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시대 직면한 한국, ‘노인 1인가구’ 위한 정책은 따로 없어
비자발적으로 1인가구 택한 노인들, 사회 곳곳서 소외돼 경제적 고립
전문가들 “1인가구 노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심리적 문제 해결해야”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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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5060세대)의 노령화와 함께 노인이 단독 세대를 이루는 1인가구가 늘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것을 택하는 청년들과 달리, 대다수의 노인 1인가구는 비자발성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국면에서 향후 노인 1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장과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은 다른 연령대보다 우울감을 느끼는 정도가 심하고, 삶 자체와 소득 수준에 대한 만족도도 다르다. 특히 우리 사회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전반적인 정책이 부족한 만큼 노인들을 위한 각종 복지,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고령화 현상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2050년에는 고령인구부양비가 7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인구부양비는 65세 이상 인구를 15~64세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수치를 의미한다.

◇비자발적인 노인 1인가구, 사회서도 소외돼 ‘우울감’ 높아

우리나라 1인가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연령별로는 전체의 절반 이상이 40대 이하로 집계되지만, 고령을 넘어 초고령 사회를 직면한 우리나라는 2045년 50대 이상의 1인가구 비중은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것을 택한 청년들과는 다르게 노인들 대부분은 가족 불화, 배우자와의 이혼 등의 이유로 비자발적인 1인가구를 택하고 있다. 이들은 1인가구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경제적 불안감,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그리고 외로움 등을 꼽았다.

노인 이아무개씨(63)는 “혼자 살다보니 집에 가끔 노인돌봄 종사자가 집에 와서 건강검진 일정 등을 챙겨주곤 하는데 몸이 아프거나 누군가가 필요할 때는 많이 외로움을 느끼는 편”이라며 “오갈 곳이 없다보니 집 앞 공원이나 복지관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딜 나가도 돈이 드는데 그렇다고 일 할 곳도 없다”며 “거의 하루 종일 집에서 집안일을 하거나 산책하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비자발적 독신가구를 ‘빈곤’ 및 ‘사회적 고립’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연관 지었다.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 센터장은 “한국은 교육환경에 기인한 기러기 가족 증가, 고령화 진전에 따른 노인 독신가구의 증가로 1인가구가 전 연령층에서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변 센터장은 “비자발적 1인가구인 장년층, 노인 등은 경제적 자립도가 낮다”며 “특히 혼자 사는 기간이 길수록 직업과 소득 불안정성이 심화될 뿐 아니라 사회로부터 격리됐다는 불안감이 가중된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인구 전망 추이./ 자료=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우리나라 인구 전망 추이 / 자료=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노후 대책 준비 못한 노인들, 부족한 ‘국민연금’으로 노후생활 충당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1인가구 소득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1억2362만원, 부채는 1884만원이다. 1인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917만원이었다. 30~40대는 3000만원대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50대(2152만원), 60대(1121만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노인 1인가구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높았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불의의 질병·사고’ 등 미래를 대비할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고령층으로 접어드는 베이비붐 세대는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에서도 후 순위로 밀려나 현재 속한 직장에서 오랜 기간 일하려는 생각이 컸다.

직장인 임아무개씨(55)는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해왔는데 모은 돈은 없다”며 “나이로 보면 언제든 회사에서 물러나도 어색하지 않지만, 노후를 생각하면 가능한 계속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토로했다.

임씨는 “청년들 취업도 쉽지 않다지만 우리 같은 중년층의 재취업도 어렵다”며 “결국 회사에 오래 다니며 노후 자금을 준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안아무개씨(72)는 “국민연금을 받고 있긴 하지만 생활을 이어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우리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좋을 것 같다. 오랜 기간 일하고 싶은데 현재 정부가 마련한 노인 일자리는 단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 중 95%(357만명)가 한 달에 100만원 미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50만원 미만을 받아 은퇴 후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은 물론 은퇴 연령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문화센터 등을 통해 각종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노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 노인들은 단순 노동이더라도 일하고 싶어 하지만 이들은 노동시장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노인 일자리도 단기, 단순 일자리여서 장기간 노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는 우리도 다른 OECD국가처럼 고령화를 위한 고령화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세워야 할 때”라며 “일할 여건이 되거나 일할 의지가 있는 노인들에게 직업 훈련을 시켜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선 노인들을 위한 안정적인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연금 평균 액수는 용돈 수준”이라며 “국민연금 외에도 기초연금, 기초생활수급 등이 있지만 모두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노인 빈곤으로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노동시장에서 탈퇴하는 시기는 67~68세로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하지만, 전일제가 아닌 파트타임(part-time) 근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 근로자에 대한 편견이 많기 때문”이라며 “빈곤한 노인들은 지역사회, 복지관 등에서도 소외된다. 이들을 통합적으로 돌볼 서비스를 마련해 어르신들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심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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