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무직이나 행정직 3급 중 발탁 가능성 관측···국장급 기획관 신설안 입법예고, 조만간 시행 예정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취임 후 사실상 첫 인사로 신설 예정인 마약안전기획관을 임명할 전망이다. 마약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보직 특성상 약무직이나 행정직 출신 부이사관(3급)중 한명이 승진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0일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청와대로부터 임명 받은 이의경 처장이 단행한 인사는 같은 달 25일자 백혜진 소비자위해예방국장과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 이달 8일자 황인균 평가원 식품위해평가부장 등 극소수다.

단, 고위직 인사인 이 3건은 공교롭게 모두 개방형직위다. 개방형직위는 민간인도 지원할 수 있는 직위를 지칭한다. 즉, 이 처장 취임 전 지원자 서류를 접수 받아 면접을 거쳐 청와대 인사 검증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선 주체도 인사혁신처다. 이 처장 의중이 인사에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식약처장이 류영진 전 처장에서 이 처장으로 바뀌었는데도 처장 비서관은 교체되지 않았다. 대개 처장이 바뀔 경우 그동안 비서관 교체 여부는 반반 정도가 유지돼왔다. 이번에는 유임된 것이다.

식약처 일각에서 거취를 우려했던 최성락 차장도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차장은 이 처장과 함께 최종 인사검증을 받은 3명 중 1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약처 관계자는 “약 부문을 이 처장이 직접 챙긴다고 하면 식품 부문을 총괄할 고위직으로는 최 차장 밖에 없는 것이 식약처 현실”이라고 전했다.

취임 초기 식약처 업무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던 이 처장이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직은 이번에 신설 예정인 마약안전기획관이라는 관측이 처 주변에서 확산되고 있다.

실제 식약처는 마약안전기획관 조직 신설을 골자로 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지난 16일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식약처가 관련 행정부처와 꾸준하게 추진했던 마약안전기획관 조직이 행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오는 5월 초에는 정식 발족이 예상된다. 국장급인 마약안전기획관이 신설되면 산하에는 현재 의약품정책국에 소속돼있는 마약정책과와 마약관리과가 배속될 예정이다.

이처럼 신설 절차가 진행 중인 마약안전기획관에 누구를 임명할 지에 대한 공식 논의는 식약처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 논의와 내부 검토는 가능하지만 회의 개최 등 공식 논의는 개정안이 확정된 이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현재로선 마약안전기획관 내정자는 없고, 식약처 주변에서 하마평이 무성한 상태로 파악된다. 대개 마약안전기획관처럼 신설되는 국장급 보직에는 기존 국장보다는 승진자를 임명하는 것이 관례다. 특히 마약안전기획관이 의약품안전국장을 보좌하는 역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경우 업무 특성상 약무직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산하에 마약정책과와 마약관리과를 두고 마약류 업무를 총괄하는 보직 특성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식약처의 약무직 출신 부이사관은 김상봉 의약품정책과장과 신준수 부이사관(현 세종연구소 파견) 등 2명만 있다. 현실적으로 교육 파견 중인 신 부이사관 승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김 부이사관은 현재 의약품정책과장 외에도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장으로 근무하는 등 바쁜 시간을 쪼개 활동하고 있다.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은 의약품과 의약외품, 화장품, 의료기기 허가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식약처 주변에서는 김 과장 등 약무직과 함께 과거 의약품 업무를 경험했던 행정직 부이사관 중 한명이 마약안전기획관으로 발탁될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현재 행정직 출신 부이사관으로는 정진이 의료기기정책과장과 김성곤 소비자위해예방정책과장, 조대성 고객지원담당관, 홍헌우 위해사범중앙조사단장, 오정완 식품안전표시인증과장(부이사관 승진 순) 등이 있다. 이중 정진이 과장과 김성곤 과장, 조대성 담당관은 지난 2016년 9월 부이사관 승진 동기 사이다.

특히 김 과장과 정 과장은 이 처장의 서울대 약대 직속 후배다. 김 과장은 삼수한 90학번이다. 정 과장은 89학번이다. 그는 행정고시 43회다. 지난 2008년 보건복지부에서 식약청(현 식약처)으로 파견돼 의약품관리과장으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약사 출신 고참 연구직 과장 중에서 마약안전기획관이 전격 발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정리하면 그동안 인사 관행과 보직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약무직이나 행정직 부이사관 발탁 가능성이 예상된다. 기존 국장이나 약사 출신 연구직 과장, 다른 직군 부이사관의 승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관측이다. 어떠한 경우든 기존 국장의 전보 발령이 아닌 이상 청와대 인사검증으로 인해 정식 임명까지는 수개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기간 동안 현 우영택 마약정책과장이 마약안전기획관 직무대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식약처 관계자는 “그동안 가장 유력했던 김모 부이사관이 최근 전격적으로 퇴직해 마약안전기획관에 누가 임명될지 주목된다”면서 “아직 과장급 이상 간부 전체를 파악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처장 선택이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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