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2000년 15.5%에서 2010년 23.9%, 2020년 30%로 지속 증가 추세
자발적 1인가구 택하는 청년 증가···주거지원, 사회안전망 부족은 한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2030세대의 1인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2030세대의 1인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혼밥, 혼행’(혼자 밥 먹고, 혼자 여행) 등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2030세대의 1인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1인가구 증가는 가구구조 변화를 넘어 소비 주체의 큰 변화를 가져오고 각종 산업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경제활동 증가, 경제문제로 인한 가족해체, 실업난과 결혼관 변화 등으로 앞으로도 국내 1인가구 증가는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청년 주거불안 문제와 사회안전망 등에 대한 정부 정책지원은 한계점으로 남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 총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05년 20%, 2010년 23.9%, 2015년 27.2%, 2020년 30%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청년 대부분 ‘자발적’으로 1인가구 택해···소비 주체 1인가구로 전환되는 추세

1인가구 증가는 단순 가구구조의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1인가구는 이른바 ‘솔로이코노미(solo+economy)’라고 불리며 주요 소비 주체도 1인가구 체제로 전환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1인가구를 겨냥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형주택, 소포장 식료품 등에 대한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다.

18일 기자는 서대문구 대학가에서 1인가구 청년들을 만났다. 1인가구 대부분은 바쁜 직장인이거나 학업·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다.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청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1인가구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것을 택하고 있었다.

대학생 최아무개씨(25)는 “대학교 졸업 전까지 가족들과 살았는데, 최근 취업하면서 직장 근처로 거주지를 옮기기로 했다”며 “돈을 아끼려면 가족들과 같이 사는게 맞지만, 주변 직장인들로부터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 혼자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아무개씨(32)는 “직장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 퇴근 후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다”라며 “혼밥, 혼술 등이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제는 익숙하고 그 시간 자체로 만족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국내 총가구와 1인가구 현황. / 자료=통계청, 장래가구추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총가구와 1인가구 현황. / 자료=통계청, 장래가구추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주거지원 정책 필요”

다만 비싼 거주 비용 등으로 청년들의 주거불안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지만 청년들을 위한 정책지원은 부족하다.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으로 내몰린 청년들을 위해 전세보증금 등을 지원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숙사형 전세임대를 시범적으로 공급하는 등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책이 되지 못하거나 아직 시작단계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청년들은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주거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정아무개씨(27)는 서울 성북구 반지하에서 살고 있다. 정씨는 지인들과 가깝고 직장을 다니기 편한 곳을 고르다보니 만만치 않은 월세에 반지하를 택하게 됐다고 했다. 정씨는 “평소 갖고 있던 옷이나 물건 등이 많다보니 넓은 평수의 집을 골라야했다. 서울 집값은 높고 월급은 한정돼 형편상 어쩔 수없이 반지하를 택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유아무개씨(29)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유씨는 “서울에 본가가 있음에도 대학생 때부터 혼자 살았다. 거의 10년 동안 혼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취업 후에도 혼자 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지인들과 풀어야하는 성격이고, 친구들이 대학교 때부터 취업 후에도 신촌에 살아 따라살게 됐다”며 “한 달에 거주 비용으로만 50만원이상 지출돼 부담되지만 혼자 사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과중한 주거비 부담은 전체 사회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는 만큼, 예방적 차원에서 청년 가구의 주거 안정을 지원할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며 기간·연령을 한정 짓지 않는 종합적인 청년 주거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1인가구, 각종 범죄로 ‘불안감’ 커져

여성 1인가구에 대한 정책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시 여성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16.2%를 차지했고, 연령별로 20~30대에서 여성 1인가구는 43.7%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이냐’는 여성들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합정역 근처에 사는 김아무개씨(24)는 자취 4년차지만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일부러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 전화 한 통이면 가능한 간편한 주문 대신,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음식을 결제하고 주문자의 이름도 가명으로 바꾼다. 또 요청사항에 음식을 문앞에 두고 가라고 적는다.

김씨는 “여자 혼자 사는 집이여서 각종 위험에 노출돼 배달음식이나 택배를 주문할 때마다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며 “번거롭긴 한데 안전을 위해서라면 수고롭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서아무개씨(24)는 “저녁 이후로는 암막 커튼을 꼭 친다. 오피스텔 5층에 살고 있어서 비교적 보안이 좋은 편이지만 외부 침입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며 “밤늦게 귀가할 때는 여성안심귀가서비스도 이용한다. 1인가구가 많은 지역에 안전을 위해 CCTV 등 안전설치를 확대해 불안함을 해소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 비중이 30%에 육박한 만큼, 이들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센터장은 “앞으로 1인 가구 비중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인 가구가 정책 지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혼 기피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고 특히 젊은 여성들도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생활 안전을 위해 여성안심귀가, 안심택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생활 안전을 지원하는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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