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구축해온 글로벌 네트워킹과 ‘맨파워’는 여전히 굳건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17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CSGK 방한 하원의원단 리셉션'에 참석해 데렉 킬머 미국 하원의원(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젼경련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17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CSGK 방한 하원의원단 리셉션'에 참석해 데렉 킬머 미국 하원의원(가운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젼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대한 정부의 ‘패싱’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만 보면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에서 여전히 전경련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오랜 기간 구축해온 조직 네트워킹과 소속 인사들의 ‘맨파워(Man power)’로 버티고 있다는 전언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전경련 패싱’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한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필리프 벨기에 국왕 환영만찬 청와대 행사에 초대받아 간 것과 관련해서 패싱이 끝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사실상 전경련이 호스트였기 때문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경제단체는 정부가 외면하고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고사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외면하면 해외에서도 전경련과 접촉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경련이 결국 문재인 정권에서 해체가 되진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한 정부 인사는 “어느 단체든 대화상대로 보지 않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허나 전경련은 줄어들었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몇몇 주요 그룹이 탈퇴하고 군살을 빼 조직이 슬림화 됐지만, 여전히 전경련은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전경련은 미국 국무부에 올해 5월 초 종료 예정인 한국의 이란제재 예외조치 연장을 촉구했고, 지난달엔 허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 양국 갈등과 관계없이 경제협력을 이어가자고 요청했다. 지난해엔 호-한 경제협력위원회(AKBC)와 공동으로 제39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를 개최하며 경제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실상 일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경련이 이처럼 여전히 해외에서 위상을 유지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구축한 네트워킹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조직이 줄었다고 하루아침에 네트워킹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해외 경제단체 관계자는 “전경련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어려운 상황인 것도 알고 있지만, 전경련을 대신할 단체는 없다고 보고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구축해놓은 네트워킹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사람에서 나온다. 한 재계 인사는 “전경련의 권태신 부회장의 국내외 인맥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나 류진 풍산회장 등 미국 쪽과 네트워킹에 강한 인사들도 있어 전경련이 계속해서 대외적 활동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와 관련해 정부가 이처럼 전경련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언제쯤 2년간 이어져 온 전경련 패싱이 풀리게 될지는 미지수다. 한 그룹사 인사는 “전경련 패싱을 풀어줄 경우 일부로부터의 역풍 등을 눈치보게 돼 계속해서 정부는 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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