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공익위원안 및 한정애 발의안 국제 기준 미흡 ···노동계·정의당 “비준 먼저 해야 국제 기준 따른 입법 가능”

세실리아 말스트롬 EU통상집행위원(왼쪽)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EU 통상집행위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통상집행위원(왼쪽)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EU 통상집행위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을 위해 정부가 ‘선(先) 비준, 후(後) 입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협약에 대해 노사와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공익위원안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국제 기준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선 비준에 대한 정부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한국에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8개 가운데 4개를 비준하지 않았다.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4개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를 위한 단결권, 단체교섭권(87호, 98호)과 강제노동금지(29호, 105호)다. 이 가운데 지금 비준을 두고 쟁점이 되는 것은 결사의 자유를 위한 단결권, 단체교섭권(87호, 98호)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87호, 98호 비준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했다. 이에 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경사노위 내에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의당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국제적 수준에 맞춰 비준하기 위해서는 ‘선 비준, 후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사노위에서 합의가 어렵고 경사노위의 공익위원안과 여당의 안으로 볼 수 있는 한정애 의원안 모두 국제 기준에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경영계는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그 대가로 ▲파업 시 대체인력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금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절차 보완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 요구안이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과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며 반발한다.

노동계와 정의당은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 및 관행개선위원회의 공익위원안과 한정애 의원 발의안 모두 국제 기준에 미흡하다며 핵심협약부터 우선 비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준부터 하지 않고 법안부터 만들면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법안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지난 15일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파업 시 직장점거 규제 권고를 담은 안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28일 발의된 한정애 의원안은 해고자의 노조 활동에 제한을 뒀다. 종사자가 아닌 경우 노조 임원이 될 자격을 제한하고 사업장 출입 시 사용자에게 목적, 시기 등을 사전 통보하도록 했다. 다만 사용자가 이를 합리적 이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국제노동기구에 보낸 질의서에 답변을 받았다. 국제노동기구 답변에 따르면 해고자의 노조 임원 자격 제한과 사업장 출입 시 사용자에게 사전 통보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며 이러한 법조항은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류 국장은 “이처럼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지 않고 법안부터 만들면 결사의 자유를 위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오히려 후퇴해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며 “핵심협약 비준부터 해야 이를 기준삼아 국제기준에 맞는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명등용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부터 먼저 하면 취지에 맞게 법안을 만들 수 밖에 없다”며 “지금 한정애 의원안과 추경호 의원안,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은 모두 비슷한 내용으로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를 거쳐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야 한다. 이는 국회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정책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노사정 논의를 계속할 계획이고 국회에서도 한정애 의원, 김학용 의원, 추경호 의원 등의 발의 법안이 있어 관련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노사정과 국회 논의를 지켜보면서 비준 방식에서 어떤 것을 취할지 제반 상황을 검토한 뒤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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