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결국 ‘女大’ 문은 닫기로 했다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18 16: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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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학교 중심으로 일어나는 각종 사건 탓에 외부인 출입 막기로
학생들의 공포 사회적 공감 형상해 사건 예방 위한 대처 이뤄지길

열 것이냐. 닫을 것이냐.

‘외부인 출입’은 여대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쟁점 중 하나다. 이유는 단 하나. 여대 내부 또는 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되는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다. 명목은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금남(禁男)’ 선언일지도 모르겠다.

여대는 여성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한 학교다. 여성에게 배움의 기회가 적었던 시절,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여대의 탄생 배경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대는 총 14곳이고, 설립 당시 대부분은 남성 출입을 금지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여대는 일정 시간을 제외하고 외부인, 특히 남성 출입을 금지한다. 다만 허용되는 시간에는 여대 곳곳에서 남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변 학교에서 학점 교류를 하기 위해 오거나, 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여대를 찾으면서 학교 캠퍼스에 남학생이 활보하는 것 자체는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여대는 왜 남성 출입을 막을까. 여대에서는 ‘외부인’들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기자가 여대에 재학했던 2014~2017년에도 각종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됐고,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물론 대학 동기들도 놀랐다.

여자들이 많이 출몰한다는 이유로 여대는 일부 불특정 범죄자에게 표적이 되곤 한다.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 여대 강의실, 또 화장실에 무단 침입한 남성, 몰래카메라 범죄 등 지난 몇 년 동안 발생한 크고 작은 수많은 범죄들이 방증하듯 여대에서는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대부분의 여성을 범죄 타깃으로 한 가해자들은 “여대라는 특성 때문”이라는 이유로 범행 동기를 털어 놓는다. 여자대학에 외부인이 들어오고 범죄률도 높아지면서 학생들의 공포는 날로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범죄여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인지. 그저 당한 후에 하루빨리 가해자의 처벌이 이뤄지도록 기다리는 게 최선일지. 여대 범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여대에서는 학교 수업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성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어떤 여대는 남성 출입이 365일 내내 불가하다. 경비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교문 앞에서 여대에 재직하는 남자 교수들의 신분도 확인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한 전공 교수는 수업 중에 웃으며 “오늘 경비원이 내 신분을 확인하더라. 내가 우리학교 교수인거 알텐데”라며 “수업 전후 엘리베이터를 탈 때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타. 안 그러면 엘리베이터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나를 범죄자 취급하니까”라고 말한 적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 웃음에 동조하지 않았고, 그저 교수님을 바라봤다.

금남을 하는 이유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 짓자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범죄 가해자를 ‘남성’으로만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 여대 범죄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외부인을 막아 범죄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이해 못해주고 여대 재학생들이 까탈스럽다고 비난하는 교수가 안타까웠다.

여대에선 실제로 신분이 확인된 남성만 대학에 출입하도록 하는 대안을 스스로 마련했다. 또 여대 재학생들은 외부인 출입 시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건물마다 경비원 한 명 이상 배치, 순찰·CCTV 강화 등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학교 측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놓고 수많은 남성들은 여대를 조롱한다. 학생들이 요구한 대안이 과한 요구라며 여자 대학교를 금남 구역으로 만드는 것은 옛날 시대 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비난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발생한 여자대학 내 사건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돌아보면 여대에서 마련한 대처가 마냥 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 이 같은 여대 내 사건을 단순히 ‘여대만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대의 문제는 결국 사회에서 불안에 떠는 ‘여성’들의 문제로 이어진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불안과 공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대학에서 일어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대처가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한다원 기자
정책사회부
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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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채 2019-04-19 07:33:22
결국 ‘女大’ 문은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