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다음주 방러 가능성 제기···푸틴 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스티븐 비건 대표. 현지시간 17~18일 러시아 방문···“비핵화 진전 위해 노력”
전문가들 “한반도 비핵화 위해 남·북·미·중·일·러 간 6자회담으로 진전될 가능성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 후 환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 후 환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한·미·러 3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4차 남북정상회담’ 공식 제안에 침묵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과의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공감대를 이루면서도 비핵화 해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은 다음주 북러정상회담을 열고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성과를 위한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다만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해법에 대한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한미→남북→북미’ 회담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한미→남북→북미’ 연쇄 회담 가능성은 北 결단에 달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대화를 발전시켜 다음 단계의 실질적 성과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들어섰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앞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미 대화 재개와 3차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른 시일 내 대북 특사 파견,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계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한 수순으로 여겨졌으나 아직 북한과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회담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미 정상은 3차 회담 추진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비핵화 해법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답으로 지난 1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의 대화는 좋다”면서도 “빨리 갈 필요가 없다”며 북미 협상의 ‘속도 조절론’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정상회담 일정은 늦추더라도 특사는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상태이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에서 협상 상대인 미국의 태도 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주제는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대한 정의나 로드맵, 이행계획 등에 대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미가 로드맵에 합의하고 단계마다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조기 수확’(early harvest) 방식의 중재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 물밑 접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우리 정부의 비핵화 접근법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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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관측 속 비건 대표도 방러

최근 러시아 현지 외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신들은 소식통들의 발언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러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또 포럼 이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중정상회담, 더 나아가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단 북한과 러시아 모두 정상회담 계획에 대한 공식 언급은 없다. 다만 우리 외교부는 16일 러시아와 북한 간의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북러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역할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핵심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심국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만약 두 나라간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 실무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18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또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건 특별대표는 러시아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한반도 비핵화 이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대북제재 이행 공조를 당부하고, 특히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엔 대북제재 유지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교착국면을 이어가면서 비핵화를 빅딜로 성사시키려하고, 문 대통령도 중간에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합의)을 미국에게 설득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아 북한이 한미를 신뢰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결국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고 미국으로부터 스몰딜을 얻어내려는 것인데, 미국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건을 러시아로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러시아도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김 위원장의 편을 들 것 같지는 않다. 결과적으로 교착국면은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조만간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쉽지 않다. 다만 김 위원장도 우리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중국도 북한 편을 들지 않게 된다면 결국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북러회담 이후 북중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중국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생각은 미국과 같지만 그 방식이 조금 다르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숨통을 쉬어주면서 단계적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6자회담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고, 러시아는 비핵화를 공동목표로 북한의 경제제재를 완화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이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설득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데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중재역할이 아닌 당사자로 나올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한미일 전통관계와 북중러 전통관계의 6자회담 내에서 미국과 북한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은 미국도 빅딜을 고수하면서도 스몰딜에 대한 아주 작은 빈틈을 열어뒀다. 이 틈을 크게 벌리기 위해선 김 위원장이 지금보다 진전된 비핵화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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