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 통해 외부기관 추천받은 대한법학교수회 회원 20명 모두 배제···강원랜드, 자체 선정 후보군 중 추첨해 평가위원 4명 선정
권익위 권고 ‘외부평가위원 참가’ 등 형식상 꿰맞추기 의혹···법학교수회 “평가위원 내정하고 법학교수회 이용했다” 주장

강원랜드 CI. / 그래픽=강원랜드 홈페이지 갈무리
강원랜드 CI. / 그래픽=강원랜드 홈페이지 갈무리

채용비리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강원랜드의 2019년 법률자문 로펌 선정을 위한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원랜드는 외부단체인 대한법학교수회에 평가위원 추천을 요청해 놓고도, 이 명단을 배제하고 자체 선정한 후보군 중 평가위원을 뽑아 투명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원랜드는 지난 11일 대한법학교수회에 ‘2019년 법률자문 용역과 관련한, 평가업무 수행에 적합한 경력과 업무지식을 갖춘 법학 관련 교수를 평가위원으로 추천해달라’며 공문을 보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국내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제외한 전국 139개 법과대(법학과, 유사학과)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2000여명의 교수, 강사와 법학박사들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협조 공문을 받은 외부단체는 대한법학교수회가 유일하다.

이 법률자문 용역은 강원랜드 업무와 관련된 법령 해석 및 소송 등을 담당할 로펌을 선정하는 내용이다. 사업예산 추정액은 10억여원이다. 평가위원은 강원랜드의 법률자문 용역에 지원한 로펌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로펌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강원랜드는 평가 업무를 내부적으로 진행해 왔지만, 채용비리가 드러난 지난해부터 외부평가위원을 참여시키고 있다.

하지만 대한법학교수회가 추천한 20명 중 평가위원에 선정된 후보는 단 한명도 없었다. 강원랜드가 대한법학교수회 추천 명단을 평가위원 선정에 아예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대신 자체적으로 후보군 20명을 선정하고 이 중 4명을 추첨을 통해 뽑았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대한법학교수회 측의 추천 명단 전달이 요구 시한보다 늦게 전달돼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면서 “자체적으로 엄격한 기준으로 뽑은 20명 중 외부 평가위원 4명을 추첨으로 뽑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강원랜드가 “법률용역 선정 시 외부평가위원을 참여시켜라”라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팀의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강원랜드 측은 ‘엄격한 기준으로 후보군을 선정했다’는 입장을 내놓을 뿐, 구체적인 선정 근거도 공개돼 있지 않다.

대한법학교수회 측은 강원랜드가 평가위원을 내정해 놓은 상태에서 외부적으로 구색 맞추기를 했으며, 로펌과 이해관계가 있는 평가위원을 배제해 공정성을 확보하는 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공휴일을 제외하면 불과 이틀밖에 후보추천 시간이 없었다. 마감일인 15일까지 평가위원 추천 명부를 공문으로 전달했음에도 업무 담당자가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면서 “이는 결국 대한법학교수회에 평가의뢰하는 모양새만 갖추려는 저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에는 로펌과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로스쿨 교수를 배제해 공정성을 확보했지만, 올해에도 이러한 이해관계 문제가 제대로 정리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이는 외부 평가위원을 참가시켜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권익위의 권고 등을 강원랜드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법학교수회는 강원랜드 대표이사의 공식 사과와 자체 감사 등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