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급 인재 떠나자 사원도 이동 추세
머신러닝 리더급 인력 현대차‧코드42 등 이직

정의선 현대차그룹수석부회장(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최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차그룹수석부회장(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최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네이버랩스 디자이너들 어디 가셨어요’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다. 네이버에 근무하고 있는 한 개발자는 “네이버랩스 기술 리더들은 다 현대차 연구소에서 모일 판국”이라며 “머신러닝 리더급을 뺏겨서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차기 먹거리 연구‧개발하는 자회사 네이버랩스 인력이 10여명이 최근 퇴사했다. 퇴사자 중 대다수는 현대자동차나 코드42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랩스는 송창현 전 대표가 올해 초 회사를 떠난 이후 퇴사 행진이 이어졌다. 퇴사한 인력 중 상당수는 송 대표가 설립한 코드42와 현대자동차 등으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로보틱스‧자율주행 연구하는 조직

네이버랩스는 2013년 네이버의 사내 기술연구 조직으로 출발해 2017년 1월 별도법인으로 분사한 후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최첨단 미래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월 돌연 사퇴했다. 2월에는 국내 자연어 처리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준석 전 네이버랩스 리더가 최근 현대차 AI 전담 조직인 에어랩에 합류했다. 김 전 리더는 네이버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개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AI 핵심인 딥러닝 분야 전문가 김정희 전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는 현대차 에어랩을 총괄하는 임원(이사)으로 지난해 현대차에 영입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랩스에 있는 인재들이 현대차로 많이 이동하는 분위기”라며 “여전히 음성인식, 로보틱스 관련 연구원들은 네이버랩스에 많이 있지만 네이버가 다소 정체되고 구글과의 경쟁 이슈가 불거지면서 떠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재 영입과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미래 에너지 등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의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 앞서 로봇과 AI 등 미래 신사업에 5년간 23조 원을 투자하고 4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인재도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송창현 대표 설립 ‘코드24’에 투자도

현대차는 네이버랩스 인력 영입과 함께 송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코드24’와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네이버 최고기술경영자(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코드42’에 전략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드24는 이제 설립 한달여밖에 안된 신생업체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공표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할 방침이다. 양사가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송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코드42가 보유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통찰력과 서비스 플랫폼 운영 경험은 현대차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 추진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며 “이번 전략 투자를 바탕으로 향후 코드42는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함께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코드42와 고도화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을 위해 적극 협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코드42와 모빌리티 서비스 및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인 ‘UMOS’와의 접목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현대차가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및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와 로보틱스, 인공지능, 정밀 지도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업계 관계자는 “송 대표가 네이버를 떠난 이후 현대차 측에서 별동대를 조직해서 송 대표와 협력할 방안을 강구해 왔다”며 “현대차의 간섭을 덜어 주면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가 별도의 회사에 지원하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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