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 올 들어 ‘정기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결과적으로 채용 인원 감소 가능성
기업 수시채용 확대 소식에 취업준비생들 걱정 크게 늘어
전문가들 “경력직처럼 전문성 갖춰야···직무 이해도 높이는 게 중요”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국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반기 채용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기업들이 기존 공식처럼 여기던 ‘1년 두 번’ 정기채용을 수시채용으로 조금씩 전환하면서 채용 시장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기업들은 수시 채용을 통해 전문성을 띄고 기업 환경에 적응하는 필요한 인재들을 뽑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구직자들은 채용 규모가 줄고 선발 방식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업들이 채용 방식을 수시채용으로 변경하는 데는 미래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존 정기 채용 방식은 향후 필요한 인력 규모를 사전에 예상해 정해진 시점에 모든 부문의 신입사원을 일괄 채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동안 신입사원이 실무에 배치된 후 경영 환경 변화 등의 이유로 상황에 맞는 인력을 확보할 수 없거나 인력 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아 해당 업무에 필요한 인원만 뽑겠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기업 646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올해 신입채용 방식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수시 채용 계획은 21.6%로 지난해 하반기(11.8%)보다 9.8%p 증가했다. 대기업 5곳 중 1곳은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별 신입 채용방식을 살펴보면 수시 채용 비율은 중소기업이 45.6%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 33.3%, 대기업 21.6% 순이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기업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대기업을 위주로 이전의 정기채용보다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수시채용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직자 입장에서는 연중 상시지원의 기회가 늘었다고도 볼 수 있는 만큼 직무 역량 준비에 상시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보통 기업들은 대학교 졸업 시즌에 맞춰 정기채용을 열었는데 수시채용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사실상 신입보다는 경력직 수준을 뽑겠다는 뜻”이라며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의미한다. 좁아진 청년들의 취업문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 채용 방식 변화에 취준생 ‘불안’

주요 기업들이 정기채용 전격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기채용의 경우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정기적으로 채용문을 열고 대규모의 인원을 채용해왔지만 수시채용은 기업이 언제 채용 공고를 낼지 모르고 해당 직무에 필요한 경우만 채용을 할 수 있어 기존 대비 채용 인원수도 대폭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 채용 여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3일 종업원 수 300인 이상 매출액 500대 기업을 상대로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2곳 중 1곳은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고, 5곳 중 1곳은 아예 신규 채용이 없거나 지난해보다 채용을 줄일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채용을 늘리는 곳은 100곳 중 7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력직 채용과 대졸 수시채용은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경력직 채용 증가 55.6% ▲대졸 신입 수시채용 비중 증가 50.8% ▲블라인드 채용 확산 25.4% ▲정규직 전환형 인턴 도입 증가 22.2%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규채용 확대 등을 채용 트렌드 변화로 꼽았다.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 및 기업 규모별 채용방식 조사 결과. /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인크루트, 표=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 및 기업 규모별 채용방식 조사 결과 /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인크루트, 표=조현경 디자이너

취준생 김아무개씨(26)는 “취업 준비하면서 정기채용 시즌이 끝나면 기업에 입사원서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끝났다는 상실감이 컸는데 수시 채용을 하면 지원 기회는 오히려 더 자주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기업 채용 공고가 언제 뜰지 모른다는 점에서 홈페이지를 항상 들여다봐야하고, 특정 직군 관련 전문성을 지금보다 더 키워야 한다. 저처럼 취업이 시급한 경우라면 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취준생 최아무개씨(25)는 “수시채용을 하면 좋은 점은 대학교 입시처럼 채용이 한 시즌에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진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수시채용은 해당 직무에 자리가 비어야 뽑게 되는 것인데 채용 인원이 더 적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또 기존 정기채용은 같은 날 동일한 시험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수시채용이 늘어나면 정보나 인맥이 많은 사람들이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직무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지원 회사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보다는 입사시 희망 부서 또는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올 상반기는 채용을 늘리는 기업보다 축소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이 훨씬 많다”며 “수시채용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직무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우리나라 기업들은 정기 채용을 할 때 채용 인원을 경쟁하는 식으로 늘리는 데 집중했는데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 결과적으로는 취업 인원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며 “해외 주요 국가들을 보면 서류전형부터 최종면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국도 결국 심사 숙고형으로 필요한 인원들만 최소한으로 뽑으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마치 지금의 경력사원처럼 신입도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취업준비생들은 인턴 같은 경험이 중요할 거라고 본다. 스펙보다도 전문성을 기르고 해당 직군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