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앞두고 나온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 ‘망언’
‘공인’으로서 국민 눈치 보며 입 다물 줄 아는 용기 필요해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꼰대’라는 은어가 유행이다.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를 뜻하는 이 말은 TV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과 소재 등으로 소비될 정도다.

또한 ‘꼰대가 되지 않을 화법’, ‘꼰대를 피하는 방법’ 등 관련 다양한 콘텐츠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blog)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 곳곳에 ‘꼰대’들이 가득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꼰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본인의 생각이 맞고, 상대방의 생각은 틀리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이론이라는 ‘내가 알기론’을 비롯해 ‘우리 때는 말이야’, ‘젊은 것들이 말이야’ 등으로 시작하는 ‘꼰대’들의 말에는 상대방의 생각을 무시하고, 짓밟으려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전제돼 있다.

특히 상대방과 공감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공감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상대방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점점 더 고립되고, ‘꼰대력(力)’은 강화되곤 한다.

‘꼰대’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만렙(한자 滿과 영어 Level의 합성어로 최대 레벨을 일컫는 말) 꼰대력’을 시전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부천소사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한다”며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좌빨들에게 세뇌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없는 남 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이라고 덧붙였다.

차 위원장은 게시글을 약 2시간 만에 삭제하고, 16일 오전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과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며 “세월호 희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같아서 순간적인 격분을 못 참았다”고 해명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도 자신의 SNS에서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고 올렸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주요 역할 중 하나인 국민안전 보호에 실패한 사건이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고, 많은 국민들은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이들의 슬픔을 공유하고,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다. 이들의 슬픔과 진심을 공감하지 못한 차 위원장과 정 의원의 발언은 공동체원이라면 할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였고,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꼰대’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공감하라고 강요하진 않겠다. 강요한다고 해서 갑자기 공감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의 선택을 받아 연명하는 ‘공인’(公人)이라면 국민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 줄 아는 용기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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