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노조, 15일 파업권 획득···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부터 60여차례 파업
세계 자동차시장 성장 정체와 미래차 전환 맞물려 노사 갈등 필연적···전문가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 준비해야 하지만 쉽진 않을 것"

현대차 노조 파업 집회. /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조 파업 집회. / 사진=연합뉴스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 갈등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하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조와 회사 갈등이 매년 여름에 고조되는 탓에 노조의 여름철 파업을 ‘하투(夏鬪)’라고 일컫는데, 최근에는 노사 갈등이 계절에 상관없이 불붙고 있다. 게다가 파업 시점도 앞당겨져 춘투(春鬪)라는 말도 나온다. 앞으로는 노사가 더욱 치열하게 대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 정체와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겹친 데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6일 한국GM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는 오는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GM노조는 전날 중앙노동위원회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와 한국GM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간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며 파업권을 획득했다.

한국GM 노사는 현재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 적용될 단협 내용을 두고 큰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신설 법인에도 기존 노사가 맺은 단협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신설법인에 제안한 단협 내용에는 차별성과급 도입, 징계 범위 확대, 정리해고 일방통보, 노조 활동에 대한 사전 계획서 제출 등이 포함돼 노조 반발을 샀다. 노조는 투표가 가결되더라도 당장 파업에 나선다기보다는 회사 입장을 들어본다는 계획이지만, 이견 차가 큰 만큼 파업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미 지난해부터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오는 17일과 19일 예고된 파업을 포함하면 르노삼성은 모두 62차례에 걸쳐 250시간 파업을 벌이게 된다. 르노삼성 노사는 당초 임금 인상여부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으나, 현재는 고용 안정성이 새로운 주제로 떠올랐다. 노조는 외주 용역화, 강제 배치전환,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공장 일감 확보가 불투명한 탓이다. 르노삼성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의 수출물량을 놓고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과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2017년도 임단협을 처음으로 해를 넘겨 마무리 지으며 노사 간 갈등 심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근로자 임금을 기존 완성차업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동시에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놓고 대립이 극에 달했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4월 총력투쟁에 동참해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주장할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 간 대립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 시장이 수축함에 따라 장기적인 구조조정과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생산된 차량은 총 402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생산량이 2.1%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 수축 현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난 몇 년간 지속되고 있다. 2016년에는 전년 대비 생산량이 7.2% 감소했으며, 2017년에는 2.7% 줄어들었다.

자동차 산업 부진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주춤하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차량은 총 9850만대로 전년 대비 0.3%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특히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꺼내든 이후 세계 무역시장은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또 미국은 수입자동차에 25%의 관세 적용을 고려하고 있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여기에 전기차 등 미래차로의 전환은 완성차업체의 고용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부품과 전문 노하우가 필요한 엔진 대신 비교적 개발과 조립이 수월한 전기모터 생산이 늘어날 경우, 인력 사용 규모가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사람이 일일이 부품을 조립하고 점검하는 대신, 공장과 기계 스스로 공정을 도맡는 '스마트 팩토리'가 도입되며 인력 감축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경우 외국계 회사라 앞으로도 더욱 갈등이 심화할 것이다. 노조들도 예전과는 달리 정보를 갖고 기획적으로 맞서는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로 산업 구조 변화 탓에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을 준비해야 한다. 고용안정성과 임금을 교환(트레이드오프)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꼽히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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