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원 발생, 전체 내부거래액 절반 차지
신세계건설·신세계I&C, 매출의존도 높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세계그룹은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7개 상장계열사들은 내부거래로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2000억원 오른 금액이다.

특히 상장계열사별 내부거래 매출의 1등 공신은 이마트였다. 1조원이 넘는 일감이 이마트로부터 나왔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가 ‘총수 일가→이마트·신세계→계열사’ 형태를 띄고 있는 만큼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사업보고서(2018년 12월 말 기준)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내 6개(신세계·광주신세계·신세계건설·신세계I&C·신세계푸드·신세계인터내셔날) 상장계열사들은 지난해 이마트로부터 1조4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8577억원) 대비 22.1%(1239억원) 가량 오른 것이다. 6개 계열사 전체 매출액(9조3199억원)의 11.2%에 맞먹는 규모다.

이마트에 매출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는 신세계건설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매출의 64%가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는데 이 중 60%가 이마트로부터 발생했다. 이에 따른 매출액은 4165억원으로 전년(2926억원) 대비 42.3% 가량 증가했다. 신세계건설은 이마트로부터 건설수익(2902억원), 레저수익(18억원), 회원권 판매(5억원) 등으로 매출을 올렸다.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신세계I&C는 지난해 이마트와의 내부거래액이 급등했다. 이 기업은 각 계열사에 유통·서비스·제조·금융 등의 IT서비스를 하는 업체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매출의 77%가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이 중 이마트는 60%를 차지한다. 이마트로부터 발생한 매출액은 1410억원으로 전년(864억원) 대비 63% 가량 증가했다. 6개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신세계I&C의 매출 급증은 신세계그룹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오프라인 매장에 본격적으로 접목하면서 비롯됐다. 현재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 35개의 오프라인 매장에 전자가격표시기를 도입한 상황이다. 전자가격표시기는 종이로 가격을 일일이 표시하는 게 아니라 중앙전산망 등을 통해 데이터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격과 상품정보의 변경사항을 표기해주는 디지털기기를 말한다. 앞으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전 오프라인 매장에 해당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이마트와 2년 연속 2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로부터 발생한 매출액은 2111억원으로 내부거래액의 54.5%를 차지한다. 신세계인터내셔널도 내부거래액의 77.9%가 이마트에서 발생했다. 2017년과 지난해 각각 1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또 신세계도 전체 내부거래액(1977억원) 중 80%가 이마트로부터 발생했다. 내부거래액은 2017년 1475억원에서 지난해 1579억원으로 늘었다.

이마트와 상장계열사간 내부거래액이 상당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각 계열사들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가 넘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수일가가 간접지배를 통해 내부거래 규모를 늘려 우회적인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마트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8.22%)와 정용진 부회장(10.33%) 등 총수일가 지분이 28.55%다. 신세계건설(이마트 지분 42.7%), 신세계I&C(37.47%), 신세계푸드(46.87%) 등 3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와 광주신세계 역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각각 28.05%(이명희 18.22%·9.83%), 52.08%(정용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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