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보 거론기업들 “승자의 저주’ 부담 커”···인수 및 정상화에 수 조원 투입 예상되고 리스크도 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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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기가 무섭게 어떤 그룹이 아시아나를 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수많은 대기업이 치열한 인수전을 벌일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SK, 한화, 애경, CJ, 신세계 등이다. 이들은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타의에 의해 인수후보에 올랐다. 예를 들어 SK는 작년에 최규남 제주항공 전 대표를 영입한 이후 계속 이야기가 있었고, 한화는 엔진 개발사 에어로스페이스와의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후보에 올랐다. 애경은 저비용항공사(LCC)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CJ, 신세계 등은 유통업과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등 이유들로 인수에 나설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허나 해당 기업들의 내부 분위기는 무작정 달려들 상황이 아니라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표정관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득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그룹사 인사는 “이미 금호아시아나 매각이 결정되기 전부터 인수할 경우 여러 가지 득실을 따졌던 것이 사실이다”며 “우리도 그렇고,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곳도 효과보단 부작용을 더 우려해 현재까진 보수적인 입장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인수후보로 거론된 또 다른 기업 관계자 역시 “조건이 되고 인수할만하면 어떻게든 알아서 인수하려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수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승자의 저주’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는 간단히 말해 무리하게 인수합병(M&A)등을 추진했다가 결국 실익은 못보고 막대한 손해만 입는 케이스를 말한다. 금호그룹 자체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가 ‘승자의 저주’를 경험한 케이스다. 이미 전례가 있다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숫자를 봐도 이들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약 5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올해 갚아야할 돈이 1조2000억원이다. 이후 재무구조 개선 등 기타 비용들도 상당히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보다 항공기 운용리스 비용도 높다. 쉽게 말해 비행기를 리스해서 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 안 그래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기업들이 수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인수합병에 나선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실적이 좋거나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산업분야에 해당된다면 인수에 나설수 있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다. 부채비율은 600%가 넘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 64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수준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보면 알수 있지만 항공업은 다른 업종대비 영업이익률이 안 좋고 대외 리스크 영향도 크게 받는다”며 “지금 거론되는 곳들은 그냥 예전부터 이야기가 있던 곳들이 다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고, 파악해 보니 특별히 거론될 이유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거론되는 인수후보 중 상대적으로 그룹 규모가 작은 곳들은 몸집 불리기 차원에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지 않으면 고용불안 등 여러 부작용으로 엄청난 역풍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인수후보로 거론된 SK·한화·신세계·애경 관계자들은 기자와 통화에서 하나같이 모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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