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두고 발생하는 은폐·조작 의혹들로 ‘특별수사단’ 필요성 높아져
6주기에는 모든 의혹 해소된 가운데 열리길  

“왜 본 그대로, 들은 그대로 전달하지 않습니까.”

세월호를 취재하는 가운데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목포 신항에 내려간 기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이른 아침 자욱한 안개 속에서 세월호를 바라보며 추위를 달래고 있었다. 작년 2월 네덜란드 마린에서 진행된 2차 침수실험을 다녀온 직후였다. 

당시에는 네덜란드에서 많은 정보를 들은 참이었다. 그중 충격적인 사실은 2차 실험이 진행되기 1달 전, 네덜란드 마린의 자유항주모형시험(1차 실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당시 본 기자는 1차 실험에는 참여하지 못했고 2차 실험부터 참여할 수 있었다. 그래서 2차 실험에서 만난 유가족으로부터 1차 실험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2차 실험도 그랬지만 1차 실험 때도 기자들은 중요한 회의에서는 빠져야 했다. 그 자리는 마린 측과 선조위, 유가족만 참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가족이 기자에게 전해준 말은 수백차례 진행된 1차 실험에서 마린 측이 선조위와 유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는 것이다.

“세월호의 급선회는 외력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

당시만 해도 외력의 가능성은 음모론으로만 여겨졌을 뿐이었다. 오직 ‘과적, 고박 불량, 복원성 불량, 조타 실수’ 이 네 가지만이 세월호 참사의 모든 것처럼 설명됐을 때였다. 지금은 다르다. 이 네 조건이 오히려 실제 세월호 상황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복원성 불량이 심각하다고 가정해도 세월호의 급선회는 설명이 안 된다. 반대로 복원성이 좋아야 사고 당시의 급선회가 그려진다는 것이 실험의 결과다. 그럼 복원성이 좋은 배가 50도 이상 기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가족에 따르면 마린 측이 “외력 없이는 세월호 사고는 설명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이다. 본 기자는 마린 측에 직접 확인을 해야 했다. 마린의 실험 대표자인 행크 봄에게 직접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당연하듯이 “외력이 작용해야 급선회가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이 내용은 바로 기사화하지 못했다. 2차 침수실험이 진행 중이었고 이런 내용의 기사가 나갈 경우 실험을 방해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만난 유가족들의 생각은 달랐다. “왜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쓰지 않느냐”였다. 유가족의 말을 듣고 네덜란드에서 들은 내용으로 “세월호 사고 항적을 만들어 내는 힘은 외력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기사에 썼다. 관련 내용은 유가족들의 전단지에 담길 수 있었다. 그 과정 중 KRISO 보고서 은폐의혹 논란이 일어났다. 이후 선조위는 선체 조사를 통해 좌현 스태빌라이저(핀 안정기)의 과도한 비틀림 등을 발견했고 외력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지금껏 세월호에는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존재했다. 과적과 복원성 불량을 철저한 조사 없이 단정한 채 세월호 사건을 빨리 마무리한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해, 정권이 바뀔 당시 급하게 진행된 인양 과정에서의 선체 훼손, 기무사 문건 그리고 최근 제기된 세월호 CCTV 조작 의혹. 세월호를 두고 왜 그렇게 숨겨야 할 것이 많았을까. 유가족들은 이런 조작 의혹에 대해 “치가 떨린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를 두고 기사화하지 못한 내용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솔레노이드밸브 고착에 의한 우현 급선회 주장이다. 이에 대한 다양한 반론이 존재하지만 내인설(배의 자체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설)을 주장한 선조위의 한 위원은 본 기자에게 “세월호 타기가 사고 당시 약 좌현 10도에 가 있는 것은 여전히 설명이 안 된다”라고 말한 점이 가장 중요했다. 이는 밸브 고착에 의한 우현 전타가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과 같다. 밸브 고착으로 내인설을 말하는 측의 주장은 타기의 방향을 실제 참사 상황에 맞춰 설명하지 않으면 그 기초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 유가족에 의하면 좌현 선수의 거대한 스크래치도 여전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그 부분은 사고 당시에 수면 위로 드러난 적이 없는 부분이다. 한 조선공학과 교수는 기자에게 그 스크래치에 다른 페인트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지만 선조위의 한 조사관은 이 말에 "이미 유압 호수로 선체를 다 씻었기 때문에 남은 것이 없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세월호 좌현 하단의 스크래치. 이 부위는 사고 당시 드러나지 않은 부위로 여전히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 사진=이용우 기자
세월호 좌현 하단의 스크래치(사진 중간의 날카롭게 긁힌 듯 보이는 곳). 이 부위는 사고 당시 드러나지 않은 부위로 여전히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 사진=이용우 기자
권영빈 전 세월호 선조위 소위원장이 외력의 가능성으로 문제제기한 선체 좌현의 손상 부위. / 사진=권영빈 변호사
권영빈 전 세월호 선조위 소위원장이 외력의 가능성으로 문제제기한 선체 좌현의 손상 부위. / 사진=권영빈 변호사

선체 좌현의 좌굴 현상, 선수 쪽의 미세한 휘어짐, 스테빌라이저의 과도한 비틀림, 좌현에 길게 이어진 파단, 그리고 CCTV 조작 의혹. 세월호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 많다. 

하지만 세월호를 취재하며 알게 된 것은 누군가는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고, 지금도 밝히지 않고 숨기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거나 ‘진상조사에 방해가 될 것이다’ 혹은 ‘밝혀져선 안 된다’라는 식의 핑계를 대며 사실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 빈번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나온 CCTV조작 의혹이다. 기무사 문건은 말할 것도 없다. 있는 그대로 내놓으면 안 될 이유가 있고 그것이 참사 진상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내용들이 일찍 세상에 공개됐다면 참사의 진상조사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됐을 것이 분명하다. 

세월호 유가족은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를 요구한다. 본 기자도 이를 지지한다. 세월호를 두고 은폐되는 일들이 없었다면 이를 요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고의 진상이 알려질 것이 두려운 세력들이 있다면 당연히 그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은 일반 사건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지금껏 세월호의 중요한 사실들을 숨긴 자들이 이를 스스로 증명한다. 은폐, 조작 의혹이 있는데도 세월호를 두고 ‘그만하자’는 여론이 있다. 모든 은폐를 덮자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월호 5주기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은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은폐되는 일들이 많은 이유도 침몰 원인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세월호 참사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쉽게 휘말려 진상조사를 방해한다는 점이 문제일 뿐이다. 세월호 진상조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밝히는데 주력되어야 한다. 앞으로 1년. 세월호 6주기에는 의혹이 모두 해소된 가운데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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