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업체 과제 비판 사례 많고, 과대평가라며 깎아 내려”···일각선 공매도와 연결 시각도
골드만삭스 담당 연구원 “근거에 기반한 리포트, 과거에도 비판 적지 않아”

포털 사이트 특정업체 종목토론실에서 골드만삭스 K연구원에 대한 비판 글 / 사진=해당 사이트 캡쳐
한 포털 사이트 특정업체 종목토론실에 골드만삭스 K연구원에 대한 비판 글이 게재돼 있다. / 사진=해당 사이트 캡쳐

최근 불법 공매도 혐의로 금융당국에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골드만삭스의 한국증시 유린이 제약·바이오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다.  

골드만삭스가 시장 상황을 비관적으로 분석한 리포트를 발표해 과도한 주가 하락을 일시적으로 일으키고 있다는 제약업계 주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매도를 부추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골드만삭스가 최근 불법 공매도 혐의로 잇따라 처분을 받으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근거에 기반한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에도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월 정례회의에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골드만삭스 자회사 골드만삭스인디아인베스트먼트(GSII)에 공매도 법규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 7200만원을 부과했다. GSII는 지난 2017년 10월 31일 롯데칠성음료 보통주 21주, 2018년 1월 9일 JW중외제약 보통주 18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했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란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방식을 지칭한다.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기관들로부터 빌려 판 후 사실상 이용료만 내면 장기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골드만삭스 처분 소식을 접한 모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골드만삭스는 제약바이오 시장 환경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처음에는 보고서를 쓴 K연구원 특유의 기질이라 생각했는데, 처분 소식을 접하고 보니 골드만삭스가 회사 차원에서 부정적 리포트를 기습적으로 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지난해 골드만삭스 K연구원이 발간한 제약바이오업체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이 관계자의 우려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주요 제약·바이오업체들의 핵심 과제들을 대부분 ‘과대평가’ 됐다거나, 시장 평균 컨센서스에 크게 못 미치는 가치를 부여했다. 

우선 지난해 8월 발간된 톡신업체 메디톡스의 제품허가 관련 전망을 보면, 골드만삭스는 앨러간의 ‘이노톡스(메디톡스 제품 브랜드)’에 대한 상업화 전략이 없고 해당 제품의 3상 재개 이벤트가 주가에 이미 선 반영돼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메디톡스 경쟁업체인 대웅제약 역시 ‘나보타’ 가치가 과대 평가됐으며, 미국 시장 점유율 확보도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비슷한 시기 삼성증권이 나보타 신약 가치를 1조4267억원으로 산출한 반면, 골드만삭스는 이의 10%대 수준인 1980억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시장 예측과 정반대 분석으로 주가 하락폭을 부채질한 케이스도 있다. 메디톡스나 대웅제약처럼 톡신 제품을 보유한 휴젤의 경우, “나보타 대비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며 매수 기회로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실적 결과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휴젤은 골드만삭스 리포트 발간 이후 두 달만에 주가가 44%가량 하락했다. 톡신 제품을 보유한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젤 이들 3개 회사는 모두 골드만삭스 리포트 발간 이후 2달 간 최소 28%에서 최대 44%까지 주가가 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 회사 외에도 골드만삭스는 작년 1조400억원대의 기술을 수출한 유한양행에도 비판 일색 리포트를 발간한 바 있다. 유한양행이 기술수출 소식을 전하기 두 달 여 전 골드만삭스 K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유한양행이 기술수출 한 레이저티닙은 후발 주자이자 시장 경쟁 심화에 따라 'First-line' 치료제로 자리 잡을지조차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 발간 전 22만원대에 머물던 유한양행 주가는 두 달 여만에 15만원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11월 유한양행이 기술수출 체결 공시 이후 40%대 주가 상승을 보였지만 골드만삭스 보고서 이전 주가를 이제 막 회복하기 시작한 상태에 그치고 있다.

한미약품과 셀트리온도 골드만삭스 보고서로 타격이 컸다. 골드만삭스 K연구원은 지난해 8월 셀트리온에 대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뚫기 어렵다”는 전망을, 한미약품에 대해선 “R&D(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이 과대평가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가 나온 직후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은 각각 7.44%, 4.23%씩 주가가 급락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NH투자증권 등에서 골드만삭스 분석이 잘못된 판단에 의한 내용이라는 이례적 자료를 낼 정도였다.

이후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주가는 재반등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리포트로 주가가 급락한 당일, 이들 회사의 공매도 거래량은 전일 대비 144%(한미약품), 87%(셀트리온)으로 급증했다.

한미약품과 셀트리온의 골드만삭스 리포트가 발간된 지난해 8월 14일 주주들 반응도 격앙됐다. 이날 양사 주주 게시판에는 골드만삭스와 K연구원을 비난하는 주주 의견이 빗발쳤다. 일부 주주는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알바 K연구원은 찌라시 대부냐”는 등 원색적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이같은 업계 지적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비판에 개념치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골드만삭스 한국지점 K연구원은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근거가 있는 내용을 리포트로 작성한다”며 “리포트의 구체적 내용을 안 본 사람들이 함부로 이야기한다”고 반박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K-바이오 업체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비관적 보고서가 공매도와 연결돼 있다는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긴 어렵다”면서도 “단, 글로벌 도약을 꿈꾸는 K-바이오 업체들의 변곡점마다 비관적 리포트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행위는 건강한 투자로 이어져야 할 제약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5조원대 비자금 스캔들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윤리적 관점에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K연구원 개인 일탈인지, 회사 차원에서 공매도를 위해 의도적으로 K-바이오를 깎아 내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K-바이오 업체들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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