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기반 장기적 사업 다각화‧콘텐츠 개발해야

핸드폰 액정과 홈버튼이 두 번이나 박살난 김에 핸드폰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5G' 마케팅이 열풍처럼 불어들었다. 전혀 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참 할인된 가격에 5G 스마트폰을 손에 넣었다는 글을 읽고 나자 꽤나 높은 공시지원금에도 눈이 갔다. 원래 한번 구매한 휴대폰을 오랫동안 쓰는 편이라 ‘겸사겸사 바꿔도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직접 찾아간 이동통신사 직영점 직원들은 의외의 말을 꺼냈다. 5G 스마트폰은 어떻냐고 묻자 “지금 사셔도 상관없겠지만 2년 후에 사는 것이 더 좋다”며 만류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판매 일선에서조차 ‘굳이 지금?’을 반문하는 게 지금의 5G 상용화의 실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5G 스마트폰을 손에 넣고도 여전히 5G를 움켜쥐지 못했다. 손 안에 없는 5G의 허상은 정부의 5G 상용화 강행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3일 밤 국내 이통 3사는 정부와 논의 끝에 예정보다 빨리 5G 전파를 쏘아 올렸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보다 1시간 가량 빠른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5G 통신망이 구축된 서울조차 일부 지역에선 5G가 터지지 않거나 오히려 기존 LTE와 유사한 속도를 기록하면서 ‘비싼 LTE’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전국에 구축된 5G기지국은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목표치의 10% 수준이다. 출퇴근길을 오가는 지하철에선 올 연말에야 5G가 터진다. 본격적인 전국 5G 서비스는 오는 2022년에서야 가능할 전망이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단말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여러 차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이통사도 망 최적화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용자 불만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과연 2년 후엔 고민 없이 5G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수 있을까. 데이터 전송속도만 문제는 아니다. 이용자들은 막상 5G 스마트폰이 손에 들어와도 즐길 거리가 없다고 호소한다. 이통사들은 게임, 영상을 비롯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기술에 기반한 미디어 컨텐츠를 5G 서비스의 해법으로 내놨지만, 기존 무제한 LTE 서비스를 무리 없이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사용자들이 체감할 실효성은 낮은데 통신 요금은 ‘제 값’으로 책정이 되면서 논란도 샀다. 이동통신사들은 고가 요금을 책정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며 5만5000~13만원대로 요금제 폭을 넓히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5G’라는 거대한 마케팅 표구를 앞세워 정부부터 대기업까지 나서 단말 및 서비스 영업만 하는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초’는 분명 중요하다. 일각에선 미국에 뒤처져 한국이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빼앗겼을 경우 더 많은 비판을 받았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제 첫발을 뗀 5G 시대에 높은 통신 품질과 킬러 콘텐츠를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최초가 무조건 최고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5G가 반짝 마케팅에 그치지 않으려면 갈 길은 멀다. 사용자들의 손 안에서 먼저 펼쳐지는 5G 시대가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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