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경쟁사에 5G 모뎀 공급 열려 있어"
미·중 무역분쟁 변수, 5G폰 시장 유인 떨어져···2021년 이후 '아이폰 5G' 출시 전망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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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가 애플에 스마트폰용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 공급 의사를 밝힌 가운데 아이폰 5G 모델 출시 시점에 업계 이목이 쏠렸다. 스마트폰용 5G 모뎀 수급에 난항을 겪는 애플로서는 5G 스마트폰 출시를 앞당길 수 있는 반가운 제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현실적으로 양사의 협업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중 무역 분쟁이란 변수가 해소되지 않은데다가 아직까지 애플이 5G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유인 요소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BC는 인터뷰를 통해 ”애플에 5G 칩을 파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렌 CEO는 5G 모뎀 공급을 두고 “우리는 애플을 포함해 경쟁사에 열려있다”고 전했다. 이는 애플로서는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제안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그간 업계선 애플이 5G 아이폰을 출시하기 위해 화웨이로부터 5G 모뎀을 공급받는 가능성이 지속 거론돼왔다. 올해 5G 모뎀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미국 퀄컴, 인텔, 중국 하이실리콘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중 업계는 퀄컴이, 삼성전자 등이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퀄컴과 특허 관련 소송에 휘말려 5G 통신 모뎀 공급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외신은 미국서 16일부터 5주에 걸쳐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서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애플은 퀄컴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요구해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외신은 이번 소송이 최대 27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특허 분쟁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5G 통신 모뎀 양산을 시작했으나, 5G 통신모뎀은 자사 단말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회사는 올해 갤럭시 S10 5G를 시작으로 내달 갤럭시 노트, 하반기 갤럭시 노트10 일부 모델 등 3가지 이상 모델을 5G 지원 단말로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3일 5G 상용화 이후 국내 이동통신사 3사의 5G 요금제 가입자는 약 1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 기간 국내서 유통된 5G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가 유일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한다. 

5G 스마트폰 출시 시점조차 확정짓지 못한 점은 애플로서 부담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1세대 5G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3700만대로 추산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연간 15억대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치지만, 내년엔 1억2000만대, 2023년 5억2500만대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선 올해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확대, '혁신 기술'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전자, LG전자가 내달 중 ‘애플의 텃밭’으로 불리는 미국시장에 각각 갤럭시 S10 5G, V50 씽큐 5G 모델을 출시하느 점도 부담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도 5G 모뎀 자체 생산량이 한정돼 있다보니 연간 3000만~4000만대 팔리는 애플 단말에까지 공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업계가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5G 스마트폰 점유율을 늘리게 된다면 애플에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애플로서는 아이폰 5G를 출시하기 위해선 화웨이와의 전선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의 변수가 해소되지 않은 점은 애플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통신 장비를 통해 중국 정부에 기밀을 빼돌릴 수 있다며 5G 사업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제외할 것을 주문해왔다. 애플이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할 경우 정치적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애플이 아직까지 5G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유인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계적으로 5G 인프라 부족 문제로 서비스 이용지역이 한정적인 까닭에 오는 2021년 이후 5G 아이폰이 출시된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5G 서비스 지역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단말 제조사 입장에선 이동통신 사업자 입맛에 맞게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웨이가 모뎀을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고 있지만 애플이 실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5G 모뎀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점도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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