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적자전환 순손실 규모만 1.2조···겉으론 “일시적 문제”, 내부에선 “우려 팽배”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전력공사(한전)가 6년 만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안팎의 온도차가 상당해 보인다. 당초 원전가동률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짙었으나, 내부에서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거론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대두된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최근 강원도 고성·속초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로 잠재적 리스크까지 부상한 상황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은 연결기준 60조6276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80억원, 순손실은 1조1745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실적으로는 6년 만의 적자전환이며 분기실적은 2017년 4분기 후 5개 분기 연속 적자실적을 이어갔다.

지난해 4월 김종갑 신임 사장이 취임한 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1조9000억원의 비용절감이 이뤄진 상황에서 맞이한 적자였기에 충격은 한층 배가됐다. 한전은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원인으로 꼽는다. 더불어 원전에서 부식이 발생돼, 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가동이 중단됐던 점이 추가로 작용했다.

이를 근거로 들어 한전의 적자가 일시적일 것으로 예단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원전가동률이 제자리를 찾게 될 2분기부터는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한전 자체적으로도 기획부사장 주관 아래 ‘재무위기 비상대책위원회(TF)’가 가동돼 적자폭 줄이기에 힘쓰는 만큼 흑자전환도 손쉽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전 관계자는 “내부사정을 잘 아는 직원들일수록 한전의 미래에 대해 상당한 근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추진 과정에서 천문학적 제반비용이 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민간발전소 민간발전기의 기 설립·설치 과정에서 배전선로·변전소 등과 관련된 설비투자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구 5만명 규모의 소도시에 관련 설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약 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또, 박근혜 대통령 재임시절부터 민간사업자 유도를 위해 갖은 지원책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지출이 커졌으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 부분은 기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 한전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사저널e와 접촉한 또 다른 관계자도 앞선 이의 이 같은 지적과 내부 전언 등에 대해 상당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한전의 적자문제가 단순하고 일시적인 것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있음에 특히 공감했다. 더불어 그는 최근 강원도 고성·속초 일원의 산불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산불의 발화점으로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소재 개폐기에서 발생한 불꽃이 지목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개폐기의 관리 주체가 바로 한전이다. 한전은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날아와 부딪혀 불꽃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며 관리부실이 아닌 사고임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은 한전에 배상책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등 5개 시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또, 임야 1757ha가 소실됐으며 사유·공공시설 3398곳이 피해를 입었다. 총 539가구 116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산술적 피해규모는 산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한전이 막대한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편, 한전은 대두된 지적들과 관련해 “다양한 예견이 나오고 있으나 현재로선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현재로선 잠정실적이 공개된 후 향후 실적개선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향성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산불과 관련해선 “현재 국과수 및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명확한 결론이 내려진 뒤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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