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정아무개씨, ‘향군 발주 오피스텔 사업’ 관련 전직 회장·간부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
검찰 지난 1월 “증액 근거 있다”며 불기소처분···“2차례 계약변경으로 공사비 39억 올라” 근거
증액 근거된 ‘지상 1개층 증가’ 허가청에 신고도 안돼···고발인 “부실 수사 근거” 주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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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잘못된 기초사실을 근거로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 사건을 불기소처분한 정황이 드러났다. 고발인은 검찰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7부 소속이던 이아무개 검사는 지난 1월 7일 사업가 정아무개씨가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장(재임 2009년~2015년)과 A 전 향군 사업개발본부장(2010년 10월~2012년 9월)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했다.

정씨는 박 전 회장과 A 전 본부장이 향군 발주로 부산 수영구 민락동 B오피스텔을 지으면서 시공사로 서희건설을 선정하고,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대금을 과대 계산해 올리는 방법으로 업체에 30억원 상당 이득을 주고 향군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오피스텔은 2012년 3월 4일 착공돼 공사규모 3만8998㎡, 지하 5층~지상 20층으로 2014년 10월 3일 준공됐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이 검사는 불기소결정을 내리면서 경찰관이 작성한 조사자 의견을 인용했다. 이 경찰의견서는 ‘공사대금이 39억원 상당 증액된 적은 있으나, 1회(2012년 3월 16일)는 공사규모변경(지상 1개층 증가), 2회(2013년 12월 9일)는 공사 도중 암(바위)발생 원으로 확인되는 점’을 판단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두가지 원인으로 공사대금이 늘어난 만큼 정상적인 거래였기 때문에 업무상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시사저널e 취재결과, 검찰의 판단 근거가 된 경찰의견서와 달리 지상 1개층 증가의 공사규모변경은 없었다. 기자가 B오피스텔 설계변경 승인 주체인 부산시 수영구청 건축과에 확인한 결과, 총 4차례 설계변경 신청 및 승인 사실은 존재했지만 지상 1개층 규모의 변경은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 

수영구청 건축과에 따르면, B오피스텔 규모는 최초 건축허가신청일인 2003년 12월 8일과 1차 설계변경승인일인 2008년 5월 19일에 지하 3층~지상 20층이었다. 이후 2차 설계변경승인일인 2012년 1월 20일 지하 5층~지상 20층으로 지하로 2층 규모만 늘어난다. 3차(2014년 9월 17일), 4차(2014년 10월 21일) 설계변경에도 지상 1개층 증가는 없었다.

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초 착공신고 이후 공사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약 변경 관계는 알 수 없다”면서도 “지상 1개층 증가는 당연히 설계변경 신청 및 승인 대상이 될 것 같다. 이 건물 도서상 지상 1개층 증가 설계변경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조현경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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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건축과 관계자의 설명처럼 건축법상 지상 1개층 규모의 공사규모변경은 행정청에 신고해야 한다. 법상 바닥면적의 합계가 85㎡ 이상의 증축 및 개축, 재건축은 건축허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발주자 향군과 시행사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를 시작하기 전, 설계자에게 설계변경에 관한 설계도서 및 시방서 작성을 의뢰하고, 설계자가 작성한 설계변경도서와 시방서를 첨부해 허가권자에게 설계변경을 신청했어야 한다.

또 설계변경허가를 받은 다음에서야 설계도서와 시방서에 의해 적정공사비가 산출돼 시공사인 서희건설과 변경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허가권자인 구청 건축과에 이 같은 내용이 신고되지도 않거나 승인없이 지상 1개층 증가 공사가 이뤄질 수 없는 셈이다. 

시공사 측도 공사규모변경은 없었다고 밝혔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당시 현장 소장과 차장에게 확인했는데, 지상 1개 층이 늘어나는 공사규모변경은 없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판단 근거가 된 경찰의견서에 더욱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다. 

의문점은 또 있다. ‘공사도중 암 발생’에 따른 2차 변경계약이 공사 착공 후 21개월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반에서 암반이 발견되는 시점이 공사 초기인 기초공사(터파기) 과정인 것을 고려할때 이례적인 변경계약이다. 다만 시행사와 시공사 합의아래 공사를 미리 진행한 뒤 뒤늦게 변경계약을 체결했을 여지는 남아있다.

결국 검찰이 증거불충분의 근거로 삼은 공사계약서가 허위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해당 내용이 허위라면 잘못된 기초사실을 근거로 한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도 의문이 남는다.

고발인 정씨는 “지상 1개층이 증가하는 공사규모변경이 있다면 발주자인 향군과 시행사는 건축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설계변경 신청 후 설계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사실이 없다”라며 “검찰은 제출받은 공사계약서의 진위를 확인하지도 않고 처분 근거로 삼는 등 사실관계와는 전혀 부합하지 않은 부실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불기소처분 근거나 수사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 수 없다. 결정문에 내용이 다 있다”면서 “근거 서류가 잘못됐다면 항고청에 자료를 제출하고, 달리 판단을 받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 관계자들은 정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거나,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향군 관계자는 “지하에서 바위가 많이 나와서 공사비 증액이 있었던 사실은 기억한다. 공사규모변경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검찰의 요구가 있다면 저희가 갖고 있는 자료 등을 통해 모두 답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단언컨대 향군 회장이나 다른 누구라도 없는 일로 돈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우리는) 시공사일 뿐 공사비 증액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감리까지 모두 받아 진행한 공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공사계약서 변경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요구에는 “시행사와 시공사 양측 계약자 열람이 끝난 사안이어서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라며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희건설 측은 본지 보도가 나간 뒤 ‘지상1개층 증가’ 공사규모변경이 확인됐다라며 뒤늦게 입장을 번복했다. 서희건설이 ‘공사도급변경(1차) 계약서’(2012년 3월 16일 작성)라며 시사저널e에 보내온 사진에 따르면, 공사규모는 ‘지하5층~지상19층’에서 ‘지하5층~지상20층’으로 변경됐고, 세대수는 667세대에서 630세대로 준 대신 연면적은 853.17㎡가 증가했다. 

사건 당사자인 박 전 회장은 연락이 닿지 않아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지병을 앓고 있다. 검찰도 건강상태를 이유로 박 전 회장을 직접 조사를 하지 않았다.  A 전 본부장은 가족을 통해 “(불기소처분으로) 이미 다 끝난 사안이다. 오피스텔 공사 당시 향군에 근무하지도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정씨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정씨는 또 불기소처분 근거가 잘못됐다는 내용의 항고이유보충서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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