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서울 분양불패 옛 말···미계약 속출에 ‘고분양가 경계주의보’
  • 노경은 기자(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15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제 해링턴 플레이스, 주인 못찾은 174세대 내일부터 추가 분양
대출 가능하지만 3억 원 훌쩍넘는 현금 준비 부담감에 포기 늘어난 듯
포기자 최대 5년까지 청약 재당첨 금지
서울 청량리 해링턴 플레이스 견본주택 앞에 예비 청약자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청량리 해링턴 플레이스 견본주택 앞에 예비 청약자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입지 불문하고 흥행가도를 달리던 서울의 한 분양 사업장에서 미계약분이 대거 발생했다. 서울은 청약 불패라던 분양시장 내 공식이 깨지며 과열됐던 청약 광풍이 진정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서울 서북권으로 비교적 인기 지역이 아님에도 전용 84㎡ 기준으로 9억 원에 육박하는데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대출이 전체 분양금액의 40%만 가능하다는 점 등이 흥행 패인으로 분석된다. 가격 경쟁력이 구매력과 흥행여부를 결정하게 된 것인데 업계가 분양을 앞둔 사업장의 분양가 조정을 거칠지 주목된다.

15일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 추가 분양을 위해 오는 16일 추가로 인터넷 청약접수에 돌입, 무작위로 당첨자를 정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월 419가구를 일반 분양한 결과 41%인 174가구가 미계약 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이 단지는 분양 당시 1순위 전타입 평균경쟁률 11대 1, 최고경쟁률 52대 1의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듯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미계약이 속출했다. 청약 당첨자 상당수가 향후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청약 재당첨 금지를 손해를 감수하고도 포기한 원인으로는 가격 경쟁력 하락이 꼽힌다.

이 단지는 전용 84㎡ 타입 분양가가 8억 초반부터 8억9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대출은 가능하지만 투기과열지구여서 40%만 가능하다. 게다가 계약금이 일반적으로 책정한 10%가 아닌 20%다. 따라서 계약자는 ▲계약금 1차(계약즉시, 8900만 원) ▲계약금 2차(계약 후 1달 이내, 8900만 원) ▲중도금 1차(7월, 8900만 원), ▲중도금 2차(12월, 8900만 원)으로 연 내에 총 3억5000만 원 수준의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추후 잔금 20%도 준비해야 한다.

해당 청약에 당첨됐다가 포기했다고 밝힌 A씨는 “서울이라지만 강북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가 부담됐다”며 “인근에 이미 준공된 신축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것도 아닌데다 추후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북 분양가격도 이 정도라면 청약이 내 집 마련 창구가 되긴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고가 분양가 현상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심사기준도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소위 ‘110% 룰’로 불리는 HUG 분양보증 문턱을 넘기 위한 HUG만의 심사 기준이 있다지만 기준이 불명확하고 심사가 비공개로 이뤄지면서 고무줄 잣대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은 올해 들어 분양한 사업장이 줄줄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격을 책정한 게 발단이 됐다. 과거 고분양가일 경우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는 등, 분양가를 억눌러 집값을 낮추려는 입장을 취했는데 청약시장에 되레 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유입되자, 전략을 정반대로 바꿔 분양가 심사기준을 느슨하게 하고 고분양가 사업장이 속속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의 잦은 청약 제도 개편에 따른 부적격 처리도 미계약분을 늘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건설사들에 따르면 청약 부격자는 대부분 무주택 기간이나 부양가족 가점 입력 실수 등의 계산이 맞지 않아 부적격자로 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금마련 부담으로 인한 구매력 상실, 또 부적격자에 따른 미계약분 발생 현상은 올 해 들어 서울 분양시장에서 계속 나타나는 현상이다. 1월 분양한 동대문구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역시 청약 경쟁률은 33대 1에 달했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403가구 중 90가구가 미계약 됐다. 2월 분양에 나선 노원구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도 청약 1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560가구 중 62가구가 아직 미계약 상태다. 광진구에서 대림산업이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서울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미계약이 아닌 미분양이 났다. 현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청약 1순위 자격을 갖고 우선 당첨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그로 인해 당첨된 무주택자들은 분양가가 너무 부담돼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계약 물량을 1순위 청약자격은 없고 자본력은 갖춘 다주택자들이 몰려 주워 담는 이른바 ‘줍줍현상’이 업계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도 한다.

이쯤 되자 예비 청약자들은 추후 분양물량으로 잡힌 사업장에서 가격을 낮추진 않을까 기대하는 모양새다. 시공사가 이달 중 서울에서 분양한다고 예고한 사업장은 현대건설 디에이치포레센트, 삼성물산 래미안 라클래시, GS건설 방배그랑자이 등이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당첨을 포기할 경우 추후 청약에 많은 제약을 받는 만큼 청약 및 당첨포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배우자는 물론 직계존속, 직계비속,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이 재당첨 제한 범위에 들어간다. 가족 구성원 A씨가 당첨 포기를 했을 경우, 본인이 아닌 가족구성원 B가 당첨된 경우에도 재당첨 제한에 걸려 당첨이 취소되는 것이다.

노경은 기자
금융투자부
노경은 기자
nice@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