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조원 매출 목표 사실상 달성 불가능해···지난해 1조1000억원 매출에 머물러
공격적 M&A로 인한 양적성장···부채비율 128%→267% 상승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그래픽=이다인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 그래픽=이다인

 

동대문에서 시작해 각종 인수·합병(M&A)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한 패션그룹형지가 당초 세웠던 목표와 달리 성장세가 한 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3조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삼았던 패션그룹형지는 내수부진 등 여파로 현재 1조1000억원대 매출에 그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800억원, 영업이익 43억원, 당기순손실 288억원을 기록해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 여파로 이익잉여금은 전년보다 약 315억원 줄어든 972억원으로 나타났다.

패션그룹형지의 최병오 회장은 형지리테일, 형지I&C, 형지엘리트, 형지에스콰이아, 아트몰링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패션그룹형지는 최병오 회장이 87.95%, 맏딸인 최혜원 형지I&C 대표가 7.32%,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경영혁신팀 차장이 4.72%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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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크로커다일 레이디’로 의류시장에 진출했던 형지는 현재 20개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의류업체로 성장했다. 2012년 이후에는 우성 I&C, 프리미엄 쇼핑몰 ‘바우하우스, 여성복 '캐리스노트', 베트남 C&M 공장, 골프웨어 '까스텔바쟉', 여성복 '스테파넬', 이에프씨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빠르게 확장했다.

2013년에는 ‘매출 1조’ 클럽을 달성, 패션업계 5위권으로 도약했다. 덩치가 커지면서 목표도 덩달아 커졌다. 최 회장은 창립 33주년이었던 지난 2015년, 2020년 형지의 달성 목표 매출을 3조원으로 설정했다. 공격적인 M&A 등으로 인한 형지의 빠른 사세 확장을 고려할 때 당시 충분히 가능한 목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최 회장이 그린 청사진은 사실상 달성이 물건너갔다. 지난해 패션그룹형지의 매출은 4800억원으로 전년보다 200억원 줄었고 형지I&C(1087억원), 형지엘리트(1661억원), 형지리텡일(793억원), 가스텔바쟉(923억원), 형지에스콰이아(888억원), 아트몰링(187억원) 등 주요 계열사의 매출을 합해도 겨우 1조1000억원대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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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한 기업의 폭발적인 매출 확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무리한 차입으로 인해 재무구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형지는 M&A로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내실을 다지지는 못했다. 패션그룹형지의 부채비율은 2011년 128%에서 지난해 267%로 대폭 상승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M&A로 인한 성장은 자칫 모래성을 쌓은 것과 같을 수 있다. 사업실적이 좋지 못하면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 때는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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